충북 진천 이월면과 음성 삼성면의 종오리 사육농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축산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고기를 생산하는 육용 오리 농장이 아니라 알을 부화시켜 새끼오리를 다른 농장에 분양하는 종오리 농장이라는 점에서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농장에서 생산된 오리알이 제법 거리가 먼 부화장으로 옮겨졌고 이곳에서 부화한 새끼오리들은 여러 농장으로 분양됐다. 부화장이나 분양 새끼오리를 통해 AI가 급속히 번질 수 있는 경로가 갖춰진 셈이다.
진천 이월면의 종오리 농장은 지난 23일 AI 의심신고를 했다. 이 농장이 사육하는 오리 산란율이 15∼20%가량 떨어졌고, 7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이다.
간이검사 결과 AI 양성 반응이 나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즉각 이 농가에서 사육하는 오리 4천50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문제는 이 농장 오리들을 살처분하는 것으로 AI 확산이 완전 차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이 종오리 농장에서 생산한 오리알이 이미 AI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 오리알을 인근 부화장으로 옮긴 차량에 묻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농장에 분양한 새끼 오리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더더욱 큰 일이다.
방역당국은 서둘러 역학조사에 나섰다. AI 감염 종오리농장과 거래해온 부화장이 오리알을 더 받지 못하도록 하고, 이곳에서 부화한 새끼오리가 반출되지 않도록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미 받은 오리알은 모두 폐기 처분했다.
이 종오리농장에서 새끼오리를 분양받은 농장 역학조사에 착수, 확인되는 대로 이동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음성군 삼성면 용대리의 종오리 농장에서도 25일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오리가 집단 폐사했고 산란율도 급격히 떨어지는 등 AI 감염 징후를 보였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과 부화장에 대해서도 이동제한 조치를 했으며 새끼오리를 분양받은 농장을 추적, 조사 중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AI 감염 종오리농장에서 생산한 오리알이나 분양 새끼오리를 통해 AI가 확산했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리 1마리는 하루, 이틀에 1개 꼴로 연간 200개의 알을 낳는다. 4천500마리의 종오리를 키우던 진천 이월의 종오리농장만 보면 하루 2천700개가량의 알이 생산되는 셈이다.
AI에 감염된 오리알은 부화하지 못한 채 곯게 되는데,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부화기 안에 있던 알이 곪은 것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오리알은 다행히 AI에 감염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 일대 철새 분변에서 처음 검출된 후 서해안 일대를 휩쓸고 있는 H5N6형 AI 바이러스는 고고(高高)병원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우리나라 가금류 사육 농가에 피해를 줬던 H5N1형이나 H5N8형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나 독성 모두 강하고, 잠복기도 짧은 것이 특징이다.
짧은 잠복기를 고려하더라도 진천과 음성 종오리농장의 오리알이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충북도 관계자는 "H5N1형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주일에서 열흘, H5N8형은 3주가량이지만 올해 유행하는 H5N6형은 감염되면 닷새가 채 안 돼 폐사할 정도로 잠복기가 짧다"며 "종오리농장에서 생산된 알까지 바이러스가 번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오리알 운반 차량에 바이러스가 묻어 부화장이 감염됐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오리가 AI에 감염된 채 여러 농장으로 분양됐다면 AI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부화장을 폐쇄하고, 오리알을 모두 폐기처분했으며 새끼오리를 분양받은 농장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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