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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 국어 12번에 '꽂히다'

올해 수능에는 전 영역을 통틀어 660여 건의 이의 신청이 있었는데, 그중 약 200건이 한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복수정답으로 인정된 한국사 14번 문제는 오류가 너무 명확해서인지 의외로 이의 신청이 적었다.) 그 문제는 바로 국어 문법에 관한 12번 문제다. 이 문제는 국어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대해 묻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이의 신청이 '꽂힌'에도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말에서 '낫, 낮, 낯, 낱, 낳, 났'을 발음해 보면 전부 [낟]으로 발음이 된다. 이처럼 종성에서는 마찰음(ㅅ, ㅎ), 파찰음(ㅈ), 거센소리(ㅋ, ㅌ, ㅍ, ㅊ), 된소리(ㄲ, ㄸ, ㅃ, ㅉ)는 발음이 되지 않고, '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 발음된다는 것이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다. 그런데 종성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소가 올 때는 '낫으로[나스로]', '낮에[나제]', '낯이[나치]', '났어[나써]'와 같이 종성의 소리가 연음이 되기 때문에 원래의 형태를 살려서 표기를 하는 것이다.(받침 글자를 어떻게 써야 할지 헷갈릴 때는 초성이 모음인 조사나 어미를 붙여서 발음해 보면 된다.)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때는 '한낮[한낟]'처럼 뒤에 오는 말이 없을 때, '낮고[낟꼬]'처럼 뒤에 자음이 올 때, '맛없다[마덥따]'처럼 실질 형태소가 연결될 때이다. '꽂힌'의 경우 뒤에 자음이 오기 때문에 음절의 끝소리 현상이 일어나 [꼳힌]이 되고, ㄷ이 ㅎ과 축약되어 [꼬틴]이 된 뒤, 구개음화가 일어나 [꼬친]으로 발음이 되므로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의 신청의 주된 내용이었다. 논란이 확산된 이유는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그렇게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 발음법 12항에는 'ㄱ, ㄷ, ㅂ, ㅈ'와 'ㅎ'이 축약되어 거센소리가 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의 용례로 문제의 '꽂힌'과 같은 사례인 '잊히다[이치다]'가 있다. 이 예가 아니더라도 뒤에 접사 '-히-'가 올 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나는지는 겹받침이 있는 음절을 통해서 추론해 볼 수도 있다. 겹받침이 있는 경우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밟다'가 [밥따]로 발음되는 것처럼 자음 하나가 탈락한다. '밟히다'의 경우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먼저 일어난다면 [밥히다]가 된 뒤 [바피다]로 소리 나야 한다. 그러나 자음 하나가 탈락하지 않고 [발피다]로 소리 나는 것을 볼 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바로 축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목젖혹'이 [목젇혹]이 된 후 [목저톡]이 되는 것을 들어 'ㅎ' 앞에서도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혹'은 실질 형태소이기 때문에 적절한 예가 아니다. 쓰는 건 쉽지만 법칙을 찾고 해석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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