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테러범의 잠금 해제를 거부한 애플 아이폰을 쓰지 않고 당분간 삼성폰만 쓰겠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한국의 제조(IT)기업은 세계 시가총액 1위이자 최고 혁신기업인 애플과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은 80위로 우간다(77위)보다 낮다'고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혹한 평가에 다소 억울함도 있지만 30년 가까이 금융권에서 일한 사람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2002년 신용카드 사태로 약 372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으로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특히 학생 등 청년 계층)이 카드빚에 쫓기게 되었고 연체율도 늘었다. 웃프게도 카드대금을 막기 위해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돌려막기'가 이때 처음 생겼다.
2011년에는 부실한 부동산 PF대출 등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분식회계로 경영 부실을 감춘 채 고금리'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많은 예금주와 투자자를 유인했다. 당시 피해자 2만 명 중 평생 모은 돈이나 퇴직금 등을 예금하거나 후순위 채권에 투자한 고령자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대구지원장으로 부임한 후 대구경북 내에 고령자, 부녀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상대로 용어조차 낯선 '냉장고 보이스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가 활개를 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대구'경북경찰청과 금융회사와의 원활한 공조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이러한 금융사기는 계속 진화 중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러한 일련의 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조하여 구멍 나고 허술한 감독 제도를 손질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겉모습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외화내빈(外華內貧)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보험산업의 규모는 세계 8위이지만, 작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은 총 4만6천816건으로 보험 소비자의 불만은 여전하다.
최근 우리 금융권에서는 빈속을 알차게 채우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작년 7월부터 학생들이 조기에 실용적인 금융지식을 배울 수 있는 '1사1교 금융교육' 정책을 중점 추진해 왔다. 금융강국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초'중'고등학생에게 체계적 금융교육을 장려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구와 경북의 금융교육 열기는 매우 뜨겁다. 대구'경북의 1사1교 금융교육 결연율은 각각 65.9%, 56.0%로 전국 최고 수준(전국평균 45.7%)이다. 현재 대구에는 은행 영업점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일 은행원 체험, 카드 발급, ATM 사용 방법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금융체험관 두 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전국 시'도 중 면적이 가장 넓고 농어촌 소재의 금융회사(영업점)가 적은 관계로 경북 농어촌 학생들은 수준 높은 전문강사의 교육과 생동감 있는 금융 체험의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런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은 지난 10월부터 경북교육청, IBK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은행 이동점포를 '금융체험버스'로 활용한 '찾아가는 금융교육'을 실시 중이다. '금융체험버스'는 흥미와 관심 유발이라는 교육적 효과와 함께 직업 체험 장소로 경북 농어촌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하니 다행스럽고 반갑다. 10년, 20년 후 우리 금융산업은 지금 초'중'고등학교 새싹들이 주역인 시대이다. 나는 이제껏 우리가 갖지 못한 '금융의 삼성' '금융의 스티브 잡스'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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