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또다시 화마 입은 서문시장, 상인 대책부터 나와야

대구 서문시장이 또 불탔다. 지난달 30일 새벽 불이 나 4지구 상가 내 679개 점포를 모두 태웠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지만 초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방화벽이 없는 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했던 데다 상가마다 쌓여 있던 섬유 제품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 2005년 12월 의류, 침구류 등을 취급하던 2지구 전체를 태워 상인들 주장 1천억원대의 피해를 냈던 화재의 판박이다. 11년 세월에도 화재 대응 능력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던 셈이다.

화마가 덮친 4지구 상가는 1976년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연면적 1만5천3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에 방화벽이 있을 리 없으니 불길은 거침없이 번졌다. 연말을 맞아 가게마다 쌓아둔 의류나 침구 등이 불을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방서는 건물 사이 통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불을 키운 온갖 이유들이 다 나온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11년 전 화재 당시에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불쏘시개 노릇을 할 물건이 많고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였다면, 그토록 소방차 진입을 막는 요인이 많았다면 진작에 더 완벽하게 점검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해 화재가 났다면 초기 진화라도 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소방 당국은 화재 예방에 미흡했고 초기 진화에도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스프링클러에 걸린 압력이 '0'인 점을 들어 제대로 작동했다고 주장하지만, 초기 진화 실패로 전 상가를 태워 먹은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더욱이 소방 당국은 3개월 전 화재가 발생하면 5분이면 진화가 된다고 발표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1천 명에 이르는 점포주들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서문시장은 최근 야시장 개설에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옛 전성기를 찾아가다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비록 초기 진화엔 실패했지만, 복구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나서 대체 상가를 확보하고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서문시장 경기는 대구 경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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