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닮은꼴 두 대통령

프랑스와 우리나라 대통령은 여러모로 닮았다.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우리나라도 5년이다. 임기만 같은 게 아니다. 선거도 같은 해에 치러진다. 지난 선거는 2012년이었다. 프랑스에선 올랑드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내년에 다음 선거를 치르는 점도 똑같다. 프랑스에선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두 사람 모두 독신이라는 점도 닮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때 동거녀가 있었지만 지금은 헤어졌다. 이후 올랑드는 줄곧 독신을 고집했다. 박 대통령이 독신의 길을 걸으며 청와대에 홀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뿐만 아니다. 두 사람은 정치 생명도 함께하게 생겼다. 올랑드는 내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국회에 맡겼다. 연임이 가능한 프랑스에서 올랑드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출마하지 않은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리되면 올랑드의 정치 역정은 내년 5월 마무리된다. 박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에서 내년 4월 퇴진을 당론으로 정해 두고 있어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 낮은 지지가 두 사람을 조기 강판시키는 이유인 것도 판박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지지율이 4%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랑드는 집권 기간 내내 경기 부진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1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 고전했다. 한 야당 의원은 국가 기밀 누설과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 탄핵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올랑드는 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19대 국회 때는 국회 선진화법에 발이 묶여 허송세월만 보냈고, 20대 국회에선 여소야대가 돼 야당 동의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야당은커녕 여당도 설득하지 못했다. 소위 친박 비박 짤박 진박 등 '박타령'만 난무한 세월을 보내다 최순실 사태에 직면했다. 결과는 역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타이틀이다. 박 대통령 역시 이제 야 3당이 추진 중인 탄핵안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도 다 같지는 않다. 다른 점을 하나 들자면 프랑스에선 좌파 대통령의 실정으로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생겼다. 우리나라에선 반대다. 우파 대통령의 실패로 좌파 정권이 유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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