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탄핵과 하야 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권은 매주 용광로처럼 뜨겁다. 토요일마다 100만 개가 넘는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광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모든 걸 내려놓고, 대통령직을 내놓는 절차를 밟겠다'고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와 국민은 '다 필요없고, 당장 하야'를 부르짖고 있다.
박 대통령은 수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당장 하야는 싫고, 국회의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 국가답게 법에 따른 퇴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당장 하야한다고, 혼란이 수습되나. 박 대통령이 만약 내일 당장 하야선언을 한다고 한들, 2달 안에 충분히 검증된 차기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겠나.
촛불은 들지 않았지만, 침묵하는 다수 국민은 현 대통령 퇴진도 중대한 사안이지만 미래를 위해 차기 대통령을 잘 뽑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상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도 신중하게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에는 빠듯한 일정이다. 사실상 국정 주도권을 잃은 박 대통령은 국회로 공을 넘겼다. 그렇다면 국회는 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고, 차기 대선 일정도 구상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4년 중임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개헌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혼란을 빨리 수습하고, 미래들 대비하는 국회의 의무다.
정치권과 국민들 모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잘 간파하자. 어차피 결론은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hoc quoque transibit). 라틴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에게도 이보다 더 필요한 경구가 있을까.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가까스로 승리한 후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 그리고 4년이 지난 2016년 말 현재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된 오늘의 초라한 모습도 결국은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다.
이 경구는 우리 국민에게도 해당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런 선택도 저런 결정도 다 품고 유유한 세월 속에 흘러가고 있다. 그럼 현 정국에선 어떤 정치적 선택이 옳은가. '즉각 하야'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질서있는 퇴진'이 국정혼란을 더 줄일 수 있다. 펄펄 끊는 감정보다 냉철한 이성이 앞서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형사상 소추를 당하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으며, 국회에는 '대통령 탄핵 소추권'이 명시돼 있다.
국민 여론을 받드는 국회라면 정당한 국회법 절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후 공을 헌법재판소로 넘겨야 한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는 작동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고도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다시 국민 품으로 돌아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어 '대한민국 첫 탄핵 대통령'의 오점을 역사에 남길 수도 있다.
이 한반도 남쪽 작은 나라의 수천 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디 국민들이 편안할 날이 있었는가. 삼국(고구려-신라-백제)으로 나뉘어 수백년 전쟁을 치렀고, 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에도 북쪽에는 오랑캐, 남쪽에는 왜군의 침략을 당하지 않았는가. 근대사에는 더 험란했다. 일제 36년 식민지가 끝나고,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을 치렀다. 민주화 역사도 피의 투쟁이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 24년도 여야의 극단적 투쟁 속에 국민의 정치적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폭풍처럼 지나온 역사 속에 냄비 근성이 나쁜 쪽으로 자리잡지 않았나하는 걱정도 앞선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도 국민들이 더 냉철해야 한다. 이미 현 대통령은 저물고 있는 해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자.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역사다.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를 가슴 속에 새기며, 현 대통령의 참담한 불행보다 차기 대통령 선출이라는 희망찬 미래를 붙잡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호크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hoc quoque transibit)=이 유명한 경구는 이스라엘 왕국 2대왕 다윗의 반지 일화에 나온다. 다윗이 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세공사에게 명령한다. "내가 전쟁에 승리할 때 교만과 허세를 부리지 않고 겸손할 수 있게 하며, 고난과 슬픔이 올 때 낙심하고 실망하여 낙담하지 않도록 보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자를 새긴 반지를 만들라!" 고민에 빠진 세공사가 왕자 솔로몬에게 도움을 청했고, '호크 쿼케 트란시비트'라는 답을 얻어 반지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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