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헌신하겠다던 그들은?

박근혜정부는 실패를 넘어 '국정 농단' '국정 파탄' 세력으로 몰려 국민 지지를 잃었다.

그런데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대구경북 새누리당 후보들 가운데는 '박근혜정부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공약을 앞세운 후보가 많았다. 친박'비박 가리지 않고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내걸고, 그 그늘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는 형편이 다급했던지 11명의 새누리당 대구 후보들은 두류공원 땅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이번 총선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는 공동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뿐만 아니라 국밥집에 모여 '이상한 이름'을 붙여가며 '니편, 내편'을 갈랐다. '진박' '가박'을 가린다는 '감별사'까지 선거판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 대통령을 들먹이며 별짓을 다했다. 속 빤히 들여다보이는 '박근혜 마케팅'이었다.

그래선지 몰라도 대구경북에선 2명을 제외하곤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지역의 80%가 넘는 지지로 뽑힌 박 대통령이 부디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아마도 속마음으로는, 그래야만 이곳 대구경북도 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때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앞다퉈 다짐을 하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토록 참담한 '박근혜정부의 실패' 앞에서 그들은 지금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가. 돌아앉아 시침 뚝 떼고 "내가 언제?"라고 할 텐가. 동성로 집회에 나오기는 차마 민망하니 서울 광화문 군중 속에 섞여서 촛불 들고 정의로운 흉내를 내고 있는가. 그도 저도 아닌 채 그냥 숨죽여 지내다가 앞으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논의할 때 불쑥 나타나 "탄핵!" 또는 "탄핵 반대"를 외치며 앞장서는 척할 것인가.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난국에 국비 얼마 따왔다고 유권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는 이도 있으니 도대체 유권자를 뭘로 아는가. 혼미한 나라가 침몰하든지 말든지 눈치 없이 저급한 생색이나 내는 것 같아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믿고 뽑은 '지도자'들이 왜 이 모양인가. 결정적일 땐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초라한 모습을 우리에게 들키는가. 왜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책임지는 모습에는 인색한 졸장부들인가. 세상인심은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겪으면서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들불처럼 번지는 이 성난 민심은 지금 청와대 쪽만 나무라며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님을 그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모두가 밤잠 설치며 답답해하고 힘들 때 누가 나서서 "제가 지난 선거 때 박근혜정부 성공을 약속하고 '이 대단한(?) 자리'를 얻었으나, 제대로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떠나겠습니다. 주민 여러분, 이처럼 부족한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하는 모습이 오늘 저녁 뉴스에라도 나온다면 "그래도 우리 곁에 이런 반듯한 분이 있었구나" 하며 얼마나 든든하고 위안이 될까. 나라의 대들보가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국가적 위기 앞에 망연자실하다가도 이런 지도자 때문에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이 국정 농단 사태를 이 나라가 역사적 전환기 속에서 단정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는 '축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암담하고 처절한 시련을 거뜬히 이겨내고 희망의 새봄을 맞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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