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탄핵안 처리, 그 후

9일 해가 밝았으니, 몇 시간 후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다.

째깍째깍, 다가오는 시간에 국회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표'를 행사할 국회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자들, 각 정당 관계자들, 보좌진들, 심지어 국회 길 건너 식당 주인들까지도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머릿수 세기에 바빴던 정치권에선 엊그제부터 '가결'에 힘을 싣고 있다. 탄핵을 밀어붙이는 야당'무소속 표에 새누리당 비주류의 동참 기세에 필요했던 28표를 넘겼다는 분석이 대세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기까지 도사리고 있는 여러 변수에 어느 누구도 확신은 못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치판 메인 메뉴에 오른 뒤 대통령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의 시간은 '안녕'과는 요원했다. 국정은 마비됐고, 온 나라'전 국민이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 대통령 퇴진을 외친 민심은 거리에 촛불로 모였고, 갖은 수 싸움을 벌이던 정치권도 결국엔 탄핵안 표결을 선택했다.

3일 새벽, 야당이 출발시킨 '탄핵 열차'가 종착역에 임박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그 후다.

애석하게도 예상은 '혼란'뿐이다. 정치권은 그간 탄핵 이후,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선 침묵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 표결 전까지 이후 로드맵 얘기로 초점이 흐트러져선 안 된다며 국회 통과에만 집중하자고 해왔다. 집안이 갈기갈기 찢긴 새누리당은 탄핵안 처리 결과에 따른 당내 주도권 싸움에 매몰돼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헌법재판소의 결정, 차기 대선 등과 맞물려 수개월 이상 혼돈이 불가피하다.

거대한 정치적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지만 정치권은 방향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가늠조차 할 생각이 없다. 그나마 헌재 심판 절차를 기다리겠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되레 야권에선 탄핵안이 가결돼도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심판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촛불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부결됐을 땐 촛불이 '횃불'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국회 탄핵안 처리가 최순실 정국의 일단락은 아니다. 탄핵 그 후, 정치권이 "이것도 나라냐"며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진정으로 가슴에 새겼다면 20대 국회를 시작하며 제1의 기치로 내건 '협치'(協治), 이제는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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