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이야기 속 발자국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야기 속 발자국/글'그림'글씨 심옥이/이화문화출판사 펴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안다.

한여름 밤 논밭의 개구리 울음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한 마리가 울면 모든 개구리가 울고, 그 울음은 시끄러운 정도를 넘어 숭고한 제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먼 데를 동경하던 소녀는 개구리 울음 소리에 까닭 모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책은 시와 글씨, 그림이 함께 있는 육필 동시집이다. 지은이는 "시서화 육필 동시집 출간은 처음이라 마치 황무지를 개간하는 작업처럼 힘든 노동과 긴장이 따랐다. 학창 시절 미술반 회장을 맡아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사생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비가 옵니다/ 들녘 건너 저 산 너머/ 새 색시 걸음으로/ 가만가만 옵니다/ 깊은 밤 어둠 헤치고/ 몰래몰래 뒤뜰을 적시고/ 온갖 색을 다 머금고/ 사락사락 옵니다/ 파란 싹엔 파란 비/ 노란 꽃잎엔 노란 비/ 저마다 지고 필 색으로/ 자박자박 옵니다/ 땅 속 깊은 뿌리에/ 도란도란 속삭이며/ 함께 살아가자고 다가섭니다/ 비가 옵니다/ 메마른 마음속까지/ 눈물처럼 그리움처럼/ 봄비가 옵니다.'-봄비-

이 작품의 배경에는 봄을 알리는 '노랗고 파란 봄비'가 떨어지고, 그 아래에는 노랗고 파란 싹이 빗물을 받아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시와 그림이 박자를 맞춰, 눈과 마음으로 동시에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풍의 꿈'이란 제목의 시에서는 빨간 나뭇잎이 온 산을 적시고, 그 사이로 연둣빛 햇살 조각이 쏟아진다. '눈 내리는 산촌'에서는 지붕마다 쌓인 눈이 마치 솜이불처럼, 목화밭처럼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문학평론가 유창근 박사는 "심옥이 시인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그리움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에게까지 그 범주를 넓혀가며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며 "무한한 상상력과 뛰어난 비유가 많은 감동을 준다"고 말한다.

167쪽, 1만8천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