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해에 시작할 여러 계획들을 구상한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뒤숭숭하고 더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엄청난 국정 혼란 사태에 직면해 불안감과 배신감, 위기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더욱 불안한 이유는 추락하는 경제와 불안한 국가 안보, 외교 등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상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올 들어 선진국의 정상들이 여러 이유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6월 국민투표를 거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결정되자 공약대로 내각이 즉각 사임, 테리사 메리 메이가 총리직을 이어받았다.
며칠 전, 이탈리아에서는 개헌 찬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오자 깨끗하게 물러났다는 소식이 있었다. 정권을 이양한 이후에도 전혀 혼란은 없었다.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책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함을 보여준 민주주의 시스템이 완벽한 선진국의 모습이었다. 국민의 철저한 감시와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인 것이다.
병원의 수술장이나 시술하는 곳은 어디나 철저한 환자 감시체계가 갖춰져 있다. 환자 감시체계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 각종 감시 장비들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위험한 상태가 되면 자동적으로 의료진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감시 장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던 의료진은 경고 신호를 받으면 즉시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한다. 감시 장치들은 더욱 세분화되어 있고, 그만큼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
이제 대한민국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감시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2016년은 저물어가고 있지만 정국은 오리무중,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많은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지지하고 있는 새로운 권력구조를 위한 개헌도 물 건너간 느낌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정당들은 개헌보다는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매달릴 것이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에 정신이 없을 것 같다.
19세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역사학자 액튼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아직도 사회의 정의와 거리가 먼 권력 집단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 이제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이겨나가야 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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