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보수의 반격

연세 드신 중노년층들 보수 집회

태극기 흔들며 '탄핵 반대' 외쳐

6'25 전후 세대 가치관 향방은?

"저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주 대전 시국대회에 참여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여자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한 말이다.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탄핵' '구속' '새누리당 해체'와 같은 과격한 언사를 가장 앞서 사용하면서 대통령 사인(私人)이 저지른 국정 농단에 분노한 민심을 사이다처럼 톡 쏘아주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이 시장은 공무원법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되어 있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사퇴하지 않는 한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도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대전 등 지역 시국대회에도 참여 보폭을 넓히면서 "저 사람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눈을 돌리고 집으로 가면 탄핵이 기각당할 수 있다"며 '탄핵 무효' '누명 탄핵'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의 반격에 강력한 경계를 요구했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진태(강원도 춘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이 시장으로부터 '창피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세력의 든든한 중심인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보수진영에서는 공안검사로서 또한 종북세력 척결에 앞장섰던 김 의원에 대해서 차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넣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지역구 사무실이 연일 시위대로 둘러싸여도 아랑곳하지 않는 강심장이다. 오히려 "우리(보수진영을 일컬음)라고 백만 명을 동원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고 보수단체의 서울집회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더니 실제 지난 주말 보수단체의 집회에 참석해서 소신을 밝혔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 소추안을 전부 보니 언론 기사 15개를 모아놓고 탄핵해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 탄핵 소추안은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주말 경찰은 광화문 촛불 시위대 6만, 보수단체 시위에 3만 명이 참가했다고 추정했다. 주최 측은 이보다 몇십 배를 곱한 참여 규모를 내놓았다. 한 가지 현상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촛불 시위대는 줄어드는데 주로 보수단체의 태극기 시위대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 현장은 천양지차이다. 광화문을 거의 전세 내다시피한 촛불 시위는 지금까지 8차에 이르도록 대부분 화려한 무대와 조명, 콘서트장에서 만나고 싶은 스타 연예인이 등장하였다.

반면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그들은 애국집회라 부름)는 기껏해야 태극기와 호루라기, 확성기와 일부 와이드비전이 시설물의 전부로 빈티가 난다. 그러나 참여 숫자는 늘고 있다.

까딱 얼굴을 비추다간 '몰매 맞고 있는 보수 아니냐' 혹은 '(인간 축에도 못 드는 대통령 지지) 4% 아니냐'는 빈축을 듣기 십상인지라 새누리당에서도 김진태 의원을 포함한 2명 외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어떤 일이 터져도 움직이는 법이 없는 보수층 어른들이 왜 노구를 이끌고 서울집회에 참여했을까. 물론 박사모도 있다. 그러나 다 박사모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연민을 넘어선다.

대부분 6'25를 겪은 후 전쟁의 폐허에서 이 나라를 일군 중노년층이 국가적 혼란을 기화로 이 나라의 정통성이 핵과 미사일로 침략과 위협을 일삼는 북한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실제 유력 대권주자가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찾겠다고 하고, 북핵 방어에 필수적인 사드 배치도 다음 정부로 미루라고 하질 않나,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니 보수적 중노년층의 불안감이 높아져 만사를 제쳐 놓고 애국집회에 동참한 것은 아닐까? 체험적 애국심을 지닌 이들의 집회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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