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5) 씨는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유독 오른쪽 눈이 따갑고 불편하다고 느꼈다. 이상한 생각에 거울을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오른쪽 눈은 덜 감겼고, 입은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 웃거나 말을 하면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 급하게 신경과를 찾은 김 씨는 안면마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구안와사'나 '와사풍'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안면마비는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인 안면신경이 마비되면서 발생한다. 수 시간이나 수일 내에 급성으로 발병하고, 대부분 한쪽 얼굴이 비뚤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입 꽉 다물지 못해 식사할 때도 힘들어
안면마비 초기에는 세수할 때 눈이 따가운 증상을 가장 흔하게 겪는다. 눈을 감는 근육이 마비돼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면서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입을 꽉 다물지 못하는 탓에 물을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 음식물이나 침이 새기도 하고, 마비된 쪽 이마의 주름을 잡기도 어렵다. 마비 증상과 함께 귀 뒤쪽에 아리거나 욱신거리는 통증을 겪거나 음식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하고 한쪽 귀에서 유독 소리가 크게 들리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안면마비는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겼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뇌병변에 의해서도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병변으로 인한 안면마비는 눈과 이마 부위 근육의 마비 여부를 확인하면 구별할 수 있다. 뇌졸중이 생겨도 입이 돌아가고 침이 흐르는 안면마비가 생기지만 눈과 이마의 근육은 마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뇌졸중 등 중추성 원인이 아니라면 신경전도검사 등 전기진단검사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초기에 전기진단검사를 하면 안면신경의 이상 유무와 심각한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치료 후에 검사하면 신경 회복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눈 손상 막아야
안면마비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부가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주의해 할 것은 눈을 잘 보호하는 것이다. 마비가 심한 경우 눈이 감기지 않고, 감기더라도 감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안구건조나 외부자극에 의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눈이 건조하지 않도록 인공눈물을 틈틈이 넣어주고 수면 중에는 안대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발성 안면마비는 회복되는 데 평균 3개월 정도 걸린다. 또 환자 10명 중 8명 정도는 후유증 없이 잘 회복된다. 열흘 안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에는 별다른 후유증이 없지만 두 달 이상 걸릴 경우 안면 근육 쇠약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드물게는 안면마비가 전혀 회복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뇌CT(컴퓨터단층촬영)나 뇌MRI(자기공명영상)로 다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석정임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안면마비는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고 예후가 좋은 편"이라며 "다만 마비가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심리적 제약이 있고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심하므로 조기 약물치료로 후유증을 줄이고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석정임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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