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기다려야 한다. 대선 정국이다. 벚꽃 대선, 폭염 대선이라고 할 정도로 조기 대선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시간상 번갯불에 콩 볶듯이 선거 준비를 해야 한다. 바쁘다. 개헌 정국이기도 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국민들도 정치인도 한목소리다.
탄핵 정국에 대선 정국과 개헌 정국까지 겹쳐진 2017년은 연초부터 무척 혼미할 것 같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건지도 헷갈릴 거다. 그렇다고 대선을 치르지 않을 수도 없다. 날짜가 정해지면 미룰 수도 없다. 법으로 정한 이상 지키지 않을 방법이 없다. 사실상 대통령 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개헌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개헌하지 말자고 했다가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려는 시대역행적인 사람으로 몰려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래선지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까 정국이 안정된 이후로 조금 미루자는 이야기도 지지자가 적지 않다. 숫자는 당장 개헌파가 압도적이다. 대부분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지금 당장, 대선 전에 개헌을 추진하자는 쪽이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개헌 적기가 아니다'는 후자에 가깝다. 여권 내에서도 당장 개헌파가 더 많다.
그러나 '세'의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꾸준한 1위 주자다. 비록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그를 앞서는 주자는 없다. 그는 또 제1야당의 주류이자 대주주다.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권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의 소유자이다. 그가 힘을 보태지 않으면 개헌 강행은 어렵다. 문 전 대표를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당장 개헌파'는 선거 뒤로 개헌을 미루자는 문 전 대표를 불신하고 비판한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승리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것처럼 군다는 게 이유다. 촛불 앞에서는 한목소리를 내던 이들도 개헌론 앞에서는 서로를 공격하기 바쁘다. 특히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이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개헌안에 담을 내용에서도 제각각이다. 대통령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그리고 '융복합' 안들까지 권력구조 문제에서도 통일돼 있지 않다. 경제 민주화와 인권 문제 그리고 독점 기득권의 타파와 지방에 돈과 권한을 주자는 지방분권 등 새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은 많고도 다양하다. 단기간에 이걸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국민들은 안타깝고 애가 탄다. 절호의 개헌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 아닌지를 걱정해서다. 촛불로 모은 열기를 정치인들이 '내가 먼저'만 내세우다 날려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대안 마련이 급하다. 개헌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한다는 절박감의 발로다. 우선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지금 국회의원 임기에 맞추자. 2020년 4월에서 6월 사이다. 2년 가까이 줄이는 셈이다. 그러면 5년 단임의 대통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4년짜리 대통령제로 개헌하면 그때 대선을 치르면 된다. 이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당연히 나갈수 있어야 한다. 내각제라면 총선을 치러 총리를 뽑으면 된다. 현 국회의원 임기를 줄이지 않고 개헌 시기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다음 대통령 임기 초에 반드시 개헌을 한다고 못을 박자. 공증이 더 필요하다면 이런 내용으로 원포인트 개헌을 하면 된다. 다음 정부는 6공화국과 7공화국을 연결하는 과도정부가 되고, 다음 대통령은 개헌 대통령이 되자는 것이다.
선두주자답게 문재인 전 대표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하면 어떨까? 아니면 후발주자들이 다 모여 연명으로 이런 선언식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개헌 청사진이 제시된다면 국민적인 지지 획득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정인이 좌우하고 농단하는 정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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