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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과 함께하는 한국 명산 16좌) <16'끝> 구미 금오산

재작년 개방된 현월봉 정상에서 '한국명산 16좌' 시즌3 마무리

"그동안 '엄홍길과 함께하는 한국 명산 16좌'에 참여해주신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엄홍길 대장과 원정대원들이 금오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작년 9월 빗속에 비슬산을 오르며 발자국을 내디뎠던 한국 명산 16좌 '시즌 3'가 벌써 마지막 산행을 맞았다. 그동안 원정대는 평창 선자령부터 영광 불갑산까지 팔도를 망라하며 전국에 땀의 족적을 남겼다. 계절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동안 총 600여 대의 버스가 동원되었고 2만여 명의 원정대원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제 그 대장정의 종착역인 금오산에 마무리 산행을 위해 원정대가 도착했다.

대설(大雪) 절기를 지나온 찬바람이 코끝을 빨갛게 물들이지만 산객들의 산정(山頂)을 향한 도전 의지만큼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는다. 아웃도어 전문업체 밀레와 매일신문이 주최한 '엄홍길과 함께하는 한국 명산 16좌' 고별 산행이 열렸던 구미 금오산을 지난 16일 다녀왔다.

◆"영남 팔경 중 하나이자 옛 호국 산성"

16좌 고별 산행의 출발지인 금오산 주차장엔 아침부터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옷깃을 올리며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원정대를 남유진 구미시장과 직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엄 대장과 함께 단상에 오른 남 시장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을 구미에서 뵙게 되어 영광"이라며 "구미시도 세계 7대륙 고봉의 5곳을 완등했을 정도로 산악도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며 격려사를 대신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엄 대장도 "영남 팔경 중 하나이자 옛 호국산성이었던 금오산을 16좌 피날레로 오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화답했다.

이날 산행은 주차장-대혜폭포를 지나 현월봉으로 오른 후 약사암-마애석불-오형탑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현월봉에 서면 구미시'낙동강 한눈에

엄 대장과 '시즌 3'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일행은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도로 옆에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품을 열어 산객을 맞아주었다.

30분쯤 계단을 오르니 찬바람 속에서 폭포 물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30m 대혜폭포엔 빙벽이 엷게 덮였고 고드름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계곡을 공명(共鳴)하고 있었다. 폭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산객들은 정상으로 향했다. 7부 능선쯤에서 바닥에 엷게 눈이 비치더니 정상 부근엔 제법 잔설이 남아 있었다.

1시간 반 만에 원정대는 드디어 정상석 앞에 섰다. 2014년 현월봉 정상이 개방되며 새로 세웠다는 정상석이 위용을 드러냈다. 16좌 중 13좌를 올랐다는 임희순(53'대구시 상인동) 씨는 "재작년 현월봉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 덕에 '정상에 걸린 초승달'(懸月峯)을 비로소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격해했다.

옛날에 출입이 통제되었던 정상 북쪽 벼랑에 섰다. 구미 시내 풍경 너머 멀리 낙동강의 유려한 곡선과 도개, 해평 평야가 실루엣으로 펼쳐졌다.

◆18개월 '시즌 3' 여정 무사히 종료

'16좌'의 마침점을 찍으려는 듯 정상엔 영하의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찬바람을 피해 원정대는 하산길로 접어든다. 정상 바로 밑 약사암은 식사를 위해 몰려든 원정대로 순식간에 파티장이 돼버렸다.

엄 대장은 "도명산, 덕유산 때 수건을 짜며 올랐는데 몇 달 새 배낭의 물이 얼어 버렸다"며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하산길, 원정대는 마애석불과 오형탑을 지나 다시 주차장에 집결했다. 일찍 내려온 산객들은 주점에 모여 하산주를 기울이며 산행을 결산했다.

이제 버스들이 한 대씩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계절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동안 바삐 산객들을 태우고 달렸던 차들이다. 뉘엿뉘엿 지는 햇살을 비켜서 엄 대장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의 챙 넓은 카우보이모자 아래로 슬쩍 물기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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