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의 목소리] 올해 예산 다 쓰려고…동시다발적 도로 공사

연말이 되면서 도심 여기저기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인도를 뜯어내고 보도블록을 교체하는가 하면 오수관을 다시 만드느라 도로 가장자리를 파헤친 채 공사를 하는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군데서 공사를 벌이다 보니 출퇴근길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보행자들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지자체마다 동시다발적으로 도로 공사를 하는 것은 예산을 연내에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각 지자체가 배정받은 한 해 예산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쓰지 않고 반납하게 되면 내년 예산 배정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말이면 이런 식으로 돈을 다 소진한다는 얘기였다. 도로를 새로 단장하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몇몇 공사 현장을 보면 아직 쓸 만한 보도블록도 적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학교에도 교육청으로부터 배정받은 예산을 연내에 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갖가지 명목을 붙여 돈을 '집행'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왕창 돌리거나, 단체로 영화관람을 가기도 한다고 했다. 교사로서 그런 학교 행정을 보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 것일까. 그 돈이 어떤 돈인가. 한 푼 한 푼이 모두 우리가 낸 세금이 아니던가.

한 푼이라도 아껴 쓰고 또 남은 돈이 있다면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요긴한 곳이 생기면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연말까지 그 귀한 돈을 무조건 쓰도록 하는 것이 '탕진'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상급 단위의 행정 당국에서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수십 년에 걸쳐온 관행이라 치부하고 모른 체하는 것이리라. 어차피 책정된 예산이고, 또 내년에는 내년 예산이 책정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 돈은 우리 국민들이 힘들게 일하고 낸 '혈세'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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