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닭'오리 2천500만 마리 땅에 묻도록 대책 없는 정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았던 경남 양산의 산란계 농가에서도 첫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AI 의심 신고는 대부분 확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일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 역시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진됐다. 전국 도 단위 가운데 아직 AI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섬인 제주를 제외하곤 경북이 유일하다.

현재의 추세로 미뤄 경북지역 AI 확산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산에 이어 김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배설물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I가 발견된 인근 10㎞ 안쪽에는 65농가에서 닭 153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김천시는 가금류 이동을 제한하고, 일부 예방적 도태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최고의 경계가 요구된다. 이와 별개로 대구환경청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 6건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AI 발생도 우려된다.

지난달 첫 AI가 발생한 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의심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전국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 AI 의심신고는 이미 108건에 이르고 현재 94건이 확진됐다. 발생지역도 31개 시'군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살처분한 가금류가 515농가 2천5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닭이다.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의 피해가 크다. 번식용인 산란 종계의 경우 사육 규모 대비 43%가 사라졌다. 산란계로 키울 병아리도 줄어 피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방역과 매몰 외에 내놓는 대책이 없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육 농가, 방역 당국 유관기관 간 연결고리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 이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문제를 찾지 못하고, 지자체는 이런 엄중한 때에 사람을 모으는 해맞이 행사나 고집하고, 사육 농가는 방역을 귀찮은 절차쯤으로 여긴다. 비슷한 시기 AI가 발생했지만 발생 초기에 다 잡아 한숨 돌린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같아서야 우리나라의 닭이란 닭은 다 잡아야 AI 대란이 끝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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