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최순실 청문회를 보면서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가 6차에 걸쳐 진행됐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몇 가지 폭로 외에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토록 요란한 청문회를 열고도 건진 것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국회의원들과 일부 언론은 '핵심 인물들이 불출석하는 바람에 의혹을 해소할 수 없었다'고 불출석 증인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국회의원들과 야권, 언론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을 워낙 잘 알아,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피해 숨어다닌다'고 비판했다. 그가 나오기만 하면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인데, 그가 도망 다니는 바람에 의혹이 커지기만 한다고 비난했다.

급기야 네티즌이 "집 나간 우병우 목에 현상금을 겁니다"며, 현상금 수배 전단을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배포했다. 여기에 전'현직 야당 의원이 각각 500만원씩 얹어 현상금 액수를 높였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우병우 소재지를 찾아내는 네티즌에게 사비로 100만원의 포상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조여옥 대위가 연수를 핑계로 미국으로 달아났다고 난리를 쳤다. 빼돌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를 데려오지 않는 데는 무슨 꼼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그러니 우병우 전 수석과 조여옥 대위가 출석하는 5차 청문회(22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들의 출석으로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들이 모두 해소될 것처럼 보였다. 청문회 당일 의원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의혹을 낱낱이 해소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맹탕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우병우 증인에게 던진 질문은 "기자를 왜 째려봤나?" "왜 도망 다녔나?" "검찰 수사 중에 왜 팔짱 끼고 있었나" "지금 심정이 어떠냐" "오늘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마음으로 나왔느냐, 시간만 때우고 가려고 나왔느냐?"라는 일곱 살짜리 수준의 질문을 해댔다. 현상금까지 걸었던 야당 의원은 의미 있는 질문은 하나도 못하고, "국민이 우습죠?"라는 말만 시종 반복했다. 그런 말이나 하려고 현상금까지 걸었나?

어떤 의원은 출처도 분명치 않은 문건을 제시하며 몰아세우더니 우병우 증인이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반박조차 못 했다. 질문이 궁색했던 의원들은 주어진 질문과 답변 시간 7분이 끝나자 안도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의혹을 마구 제기하고는 증인들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도 않았다. 어떤 의원은 자기주장만 늘어놓고, 자기가 결론까지 냈다. 증인이 다른 이야기 하면 "진실만 이야기하세요!"라고 윽박질렀다. 증인이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답변합니다"라고 말하면 "태도가 불량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런 자들이 국회의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의원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입증할 자료가 없으니 상대가 거짓말한다고 우기고, 그러다가 스스로 화가 나서 "쥐어박고 싶다"는 말까지 해댄다. 어떤 야당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언론에 대고 "증인이 거짓말을 했다. 대질하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청문회장에서 얼굴 맞대고 있을 땐 뭐 했나?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의 비공개 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순실이 태블릿PC가 본인 것이 아니라고, 자신은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말에 국조 의원들은 반박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국회는 정의를 자칭하며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은 '정의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수사가 끝난 뒤 밟아야 할 절차를 서둘러 처리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공동선을 생각했더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수사도 하기 전에 처벌부터 해버린 우리 사회가 두고두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이다. 반목과 원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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