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가정마다 행복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병신년(丙申年) 한 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전례 없이 다사다난했던 긴 세월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 탄핵(彈劾) 요구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촛불 행진으로 변하면서 국민들은 불확실한 우리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건대 하루속히 나라가 안정을 되찾고 모두가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위정자들이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민들 바람을 헤아려야 한다. 주자께서 말하는 정치, 즉 '시의적절한 정치'를 해주기를 온 국민은 바라고 있다.
대통령 탄핵 등을 두고 친박'비박의 갈등이 확산하면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표현을 해 구설에 올랐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고 비박이 새누리당을 탈당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것이다. 아마 결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리 없고, 아무리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비박이지만 안락한(?) 내 집 새누리당을 두고 탈당해 거리로 나갈 리 없다는 자신감에서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정현 전 대표의 자신감과는 달리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국회를 압도적으로 통과했고, 비박은 새누리당을 나가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약속(?)한 대로 이정현 전 대표가 손에 장을 지져야 할 판이다.
사실 어떠한 사안을 두고 '~되면' 혹은 '~이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표현은 무엇인가를 확신하고 있을 때 그 주장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말로서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흔히 쓰고 듣고 하면서 주로 농담으로 하는 말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장을 지진다'라는 것이 어떠한 행동과 형상을 말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TV에 방영된 장면에 의하면 간장(醬)이 끓는 솥에서 강한 김이 나는 모습을 보이고 동시에 뜨거운 장에 데인 열 손가락 끝에 붕대를 감아 보이면서 이렇게 장을 지진다고 표현하는 것을 봤다. 순간 '이건 너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고 주위의 여러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모두가 TV에서 방영된 식으로 손에 장을 지지는 줄 알고 있었다. 많이 당황하였다.
우리가 너무 쉽게 흔히 쓰는 말이기 때문에 그저 냄비에 장을 지지는 것이 눈에 익숙해져 있고 또 너무 쉬운 말이어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정확한 뜻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본래의 뜻이 아니다.
'손에 장을 지지다'는 말의 연원(淵源)을 찾아보면, 옛날 공자의 뛰어난 제자 중 한 분인 자유가 선생인 공자에게 본인의 게으름을 쇄신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말로 掌(쉬장)이라 했다. 그 뜻은 (지질, 태울 쉬), 掌(손바닥 장)으로 즉, 손바닥을 지져서라도 면려(勉勵)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이 말이 역사를 이어 오면서, 조선조에 와서는 형벌 중 하나로 죄인의 양팔을 벌려서 붙들어 매고 인두 형태의 장(章: 인장, 도장, 표할 장)을 불에 달궈서 그 손바닥에 지지는 것이 있었다. 종합해 보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것은 내 주장이 만약에 틀리게 되면 이렇게 무서운 '손바닥에 장을 지지는' 벌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야 적확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손에 장을 지지는 형태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보다, 오히려 "내 손바닥에 장을 지져라"라고 하는 것이 훨씬 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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