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목과 야구방망이는 몸으로 막으시고, 과도와 사시미(회칼)급은 발포 허가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영화 '공공의 적 2'(2005년)에서 꼴통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은 조직폭력배 소탕을 앞두고 수사관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린다. 그는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라면 총기류 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싸움 실력도 프로 선수에 못지않다. 이 꼴통 검사는 컵라면을 우물거리며 잠복근무를 하면서 직접 범인을 잡으러 다닌다. 영화'드라마의 검사 캐릭터는 '슈퍼맨'에 가깝다. 당연히 허구다. 근무시간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서류와 씨름하는 검사 중에서 주먹질, 사격에 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과 달리, 할리우드 영화에는 대부분 경찰,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검사는 대개 조연이거나 단역이다. 오히려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나쁜 역할이다.
한국의 영화'드라마에는 왜 이렇게 검사를 우상화할까? 검사 출신인 김두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책 '헌법의 풍경'에서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도 권력을 상징하는데 검사보다 적당한 직업이 없고, 평범한 사람이 한순간에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것을 그리는데 검사만큼 그럴듯한 직업도 없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핵심 인물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둘 다 검사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어쩌다 파렴치한 범죄에 가담해 본인은 패가망신을 하고 나라는 파탄 지경에 내몰았을까?"
노 전 대통령은 그 이유를 "국민을 우습게 봤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과 지위만을 위해 살아가는 출세주의자다. 대통령에게 '무한 충성'을 바치다 결국에는 대통령을 망치는 역할을 했다. 전국시대의 한비자(韓非子)는 이런 부류를 간신(奸臣)이라 했다. "군주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총애와 신임을 얻으려고 한다. 그래서 군주가 누구를 좋다고 하면 그 사람을 칭찬하는 말만 하고, 반대로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를 마구 비방하는 존재들이다." 사리사욕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썩은 영혼들'이 출세를 하니 세상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검사 출신 엘리트의 타락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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