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임을 함께하는 지인들을 따라 북구의 한 복지관에서 급식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현장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많은 어르신들이 나와 배식을 기다리고 계셨다. 식사는 오전 11시 30분은 돼야 시작하는데 미리 자리를 잡고 계신 거란다. 이 어르신들은 아침을 거르는 것이 보통이라 아침 겸 점심을 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부터 나와 배식을 기다리신다는 관계자의 말이었다.
봉사를 많이 해본 적은 없다. 1년에 두세 차례 정도 행사가 있으면 따라가서 참여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우리와 함께 봉사를 한 단체는 매주 장소를 옮겨가며 이런 급식 봉사를 한다고 했다. 밥도 맛있게 짓고 반찬도 직접 준비해 왔다. 식판과 수저, 잔반통까지 모두 마련해두고 차량도 구입해 봉사를 다닌다고 했다. 정말 존경할 만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초보 봉사자들은 알 수 없겠지만, 세상에는 그분들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남들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나누는 분들이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한다. 몇 년 전 참가했던 연탄 배달 봉사도 생각이 난다. 대구의 도심지에 연탄 살 돈이 없어 겨울을 춥게 지내는 분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좁다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 계셨다. 그분들의 겨울나기가 사람들의 온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소외된 이웃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미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개인이나 단체의 봉사와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봉사 현장에 나가보았으면 한다.
요즘 우리 사회가 너무나 어수선하다 보니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웃돕기 성금 모금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봉사와 온정의 손길도 많이 줄었다는 걱정을 듣게 된다. 그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의 겨울이 더 춥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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