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3>레지던트

4년간 전문의 과정 수련…48시간 중 40시간 일해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회진을 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는 이날 오후 뇌압을 조절하는 뇌실천자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회진을 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는 이날 오후 뇌압을 조절하는 뇌실천자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형 병원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의사는 '전공의'다. 흔히 '레지던트'로 불리는 이들은 전문의 자격을 얻기까지 4년간 병원에서 수련하며 의술을 배운다. 책으로 배운 의료 지식을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면서 임상 경험은 물론, 의사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과 인술의 길에 대해서도 깨닫는다. 입원 환자들을 24시간 돌보며 수술에 참여하고, 자신이 맡은 환자들의 병력과 치료 과정을 줄줄 꿰고 있는 것도 전공의들이다. 그러나 1주일에 80시간을 일하면서도 "교수를 불러오라"며 고함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쓴웃음을 삼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수술 처음과 끝 지키며 잠시 쉴 틈 없어

지난달 27일 오후 4시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수술실, 박소희(30) 신경외과 전공의가 8시간 만에 수술복을 벗었다. 오전 중에 수술 2건에 참여한 뒤 수술실을 벗어날 것이란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수술 후에도 병원 내 업무용 휴대전화(콜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수술 준비와 마무리는 3, 4년 차 전공의의 몫이다. 수술 전 수술 위치를 직접 잡고, 수술이 끝나면 수술 부위를 봉합한다. 집도의로서 수술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박 씨가 능숙한 솜씨로 수술 부위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자 집도의가 "오늘따라 깔끔하게 잘한다"며 칭찬했다.

수술이 끝난 환자를 회복실로 옮기고,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전공의의 몫이다. 박 씨는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수술실을 떠나지 못했다. "휴게실에 가서 빵이라도 먹고 오라"며 간호사가 박 씨의 등을 떠밀었지만 요지부동이다. 수술실을 나선 박 씨는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오후 5시 회진을 돌기 전에 모든 환자의 기록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의 후배들과 환자의 사진과 기록을 보며 회의한 후 곧장 병동으로 향했다. 중환자실과 병동의 환자 50명을 보는 데만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의술은 인술임을 배워…근무 여건 팍팍

저연차 전공의는 주로 병실을 다니며 환자를 돌본다. 환자, 보호자와 접촉이 많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환자'보호자의 마음과 공감하는 능력은 필수다. 전공의들은 '48시간 중 40시간 일하고 8시간 잔다'고 할 정도로 잠이 부족하다. 낮에는 병동에 누워 있는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수시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음주 환자에게 곤욕을 겪거나 환자 경과 기록을 숙지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엄한 선배에게 걸려 호되게 혼나는 일도 잦다.

3, 4년 차가 되면 잘 시간은 조금 늘지만 부담감은 여전하다.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의사로서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냉철한 지성과 판단력도 필수다. 의학적 처지를 할 때는 의술적 측면과 환자의 삶의 질, 보호자가 짊어질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신경외과 전공의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살려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환자가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보호자와 의료진에겐 한층 더 복잡한 문제가 된다"고 했다.

'주 80시간 근무'를 골자로 해 지난해 말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은 아직 과도기다. 특히 인력이 부족하고 응급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전공과는 주 80시간 근무를 지키기 쉽지 않다.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근무' 조항은 사실상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이를 지키려면 인력 확보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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