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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고 칼날에 떠는 아파트 경비원, 고용 안정책 필요하다

사회의 대표적 약자로 꼽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지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7.3% 인상되면서 인건비 절감과 무인자동화 시스템 도입 명목 등으로 경비원들이 대량 실직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최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 용역업체가 전체 경비원의 절반인 8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해고 경비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채용된 지 1년이 채 안 된다는 이유로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경비원 몫으로 아파트 측이 월별 선지급한 퇴직적립금은 업체 차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퇴직금이 집단 해고의 배경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해당 업체 측은 정당한 업무 능력 평가 결과 기준점에 미달한 경비원들을 내보냈을 뿐이며 퇴직금이 해고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진위가 어쨌든 간에 위 사례에서 보듯 아파트 경비원들은 고용시장에서의 법적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19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부분 노령층 퇴직자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 경비원들의 평균 연령은 63세이고 하루 15시간씩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본연의 업무인 경비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궂은 잡일까지 도맡아 하는데다 감정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제가 100% 적용된 2015년 이후 본격화됐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비를 더 부담해 경비원 해고를 막는 사례도 있지만, 대량 해고를 선택하는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 시행 이후 아파트 경비원 고용 안정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비원 처우 개선에 나선 일부 지자체의 사례는 귀감이 될 만하다. 충남 아산시는 경비원 고용 안정을 위해 임금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부산시 기장군도 '경비원 고용 유지 및 창출을 위한 특별지원 조례'를 지난달 24일 제정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경비직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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