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금복주, 뼈 깎는 자성'쇄신만이 살길이다

대구경북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금복주가 잘못된 성차별 고용 문화와 임직원 비리 등 잇따른 악재로 휘청대고 있다. 금복주에 대한 대구경북민들의 신뢰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기업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기업의 자성과 쇄신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거래업체 대표들을 협박해 명절 떡값 명목으로 2억여원의 돈을 챙긴 금복주 전 대표이사 겸 부사장이 이달 11일 구속됐다. 금품 갈취는 단독 범죄가 아니었다. 범행에 가담한 전 회사 간부도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3월 금복주는 결혼한 여성을 압박해 퇴사를 종용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여성을 낮은 직급에 배치하거나 간접고용 형식으로 채용하는 등 성차별적 고용 관행이 지난 60년간 이어져 왔다는 인권위 조사 결과도 있었다.

금복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서로 상관이 없는 사건이 우연히 발생했다기보다 기업 경영 풍토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점이 돌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비리에 대한 자정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성차별과 하청업체 금품 갈취 같은 것은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치명적 악재들이다. 폭발성이 강한 사건들이 연거푸 터졌는데도 금복주의 대응 방식은 실망스럽다. 임직원 금품 갈취 사건에 대해서도 개인 비리로 규정하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한다.

금복주는 한때 대구경북 소주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지역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했다. 이는 "고향 술을 마셔주자"는 지역민의 절대적인 성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6년 헌법재판소가 "자유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자도주(自道酒) 의무구매제도'를 폐지한 이래 금복주는 지금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소주 판매의 지역적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인 마당에 더 이상 애향심 마케팅에 기댈 수도 없다.

지금은 시끄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현 상황을 본다면 금복주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금복주는 말로만이 아닌 진짜 '뼈를 깎는' 자성과 조직 문화의 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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