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하순, 포항의 한 모임에서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애초에 행선지를 일본으로 정하려다가 대만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규모 6.5의 강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은 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일본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일본 대신 대만으로 간 여행객들은 현지의 여행 안내원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대만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면서 지진이 잦다고 소개했다. 여행객들은 지진 때문에 일본을 피해 대만에 왔다는 점을 떠올리며 실소를 지었다. 그 여행객들은 한국으로 귀국한 지 며칠 후 대만에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본과 대만은 지진이 잦은데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가다.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지진은 잘 알려져 있고 대만의 지진은 덜 알려진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최근에는 대만에 한국 여행객들이 3배 이상 몰려 대만의 관련 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불안한 중국보다 대만을 찾기 때문이다. 대만의 타이베이와 화롄, 예류 해양공원 등 대표적 관광지에는 국내 여행지만큼 한국인들이 넘쳐나 붐빈다.
여행을 가는 데에 테러, 자연재해 등 따져보아야 할 점들이 늘어났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터키 등은 IS의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그 덕분에 터키로 향하던 국내 여행객이 급감해 터키 여행 비용은 크게 떨어졌다. 여행 비용이 싸졌다고 터키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터키의 치안은 매우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이민자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 같아 가기가 편하지 않다.
경주도 지난해 9월 지진이 일어난 이후 여행지로서 매력을 조금 잃었다. 수학여행이 뚝 끊겼고 일반 관광객들의 수도 줄었다. 게다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전방위 보복 정책으로 중국 관광객들도 오지 않는다. 관광도시로서 위기를 맞은 경주시는 동남아 여행객 유치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해결책을 찾기 마련인데 경주시가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튼튼한 토대를 다질 수 있으니 꼭 나쁘지만은 않다. 관광도시로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체질을 갖게 될 기회라고 여기고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이 경주시를 돕는다면 어려움에서 빠져나올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동남아 국가 등에 경주를 좀 더 널리 알린다면 경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맞춰 올해 11월에 호찌민-경주 엑스포가 열리게 돼 베트남에서 경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베트남뿐만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경주를 더 잘 알게 된다면 한국 방문지가 될 것이다. 잘 알려져 있고 관심이 많은 국가일수록 그 국가의 도시들도 더 많이 알게 되는데 이탈리아에는 로마 외에 피렌체, 나폴리, 베네치아 등을 알고 있고 일본에는 도쿄 외에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삿포로 등을 알고 있다.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은 서울, 부산 외에 경주가 외국인에게 더 많이 알려지도록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더 높이고 알리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역사문화적 관광 도시로서 으뜸이며 그 자리를 결코 다른 도시에 내줄 수 없다. 최근에는 휴양적 요소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지진에 이어 지난달 31일에도 일어난 지진처럼 앞으로도 수개월간 더 여진이 있겠지만, 지진이 경주의 매력을 앗아갈 수는 없다. 일본과 대만에 관광객이 꾸준히 이어지듯이 경주에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 수준 이상으로 관광객이 회복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지만 말고 관광지로서 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맛있는 음식, 도시의 쾌적함, 더 풍부한 관광 인프라 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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