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는 울고 싶다. 대접은 고사하고 수난을 겪고 있다. 도시 공기를 맑게 하고 열섬 현상을 줄인다는 칭찬도 잠시, 성가신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가로수 처지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맑은 공기 주고 그늘 만드는데
끈'철사로 동여매질 않나…
1년에 100~300그루나 싹둑
안녕하세요, 가로수입니다. 흔히 플라타너스로 불리는 양버즘나무입니다. 큰 도롯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나이는 30살입니다. 저의 아침은 자동차 매연으로 시작합니다. 차량이 내뿜는 미세먼지가 줄기와 잎 곳곳에 쌓입니다. 땅 아래 뿌리를 뻗을 공간이 좁은 것도 힘듭니다. 마치 독방 같습니다. 답답해 땅 위로 올라오면 철제 장애물이 가로막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얌체 짓에 화가 납니다. 끈과 철사로 저를 동여맵니다. 현수막이나 간판을 달기 위해섭니다. 못 같은 날카로운 걸로 찌르기도 합니다. 심지어 전염병 예방을 위해 나무주사를 맞고 있는데도, 철사를 두릅니다. 쓰레기도 버리고 갑니다. 담배꽁초를 던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새까지 배설물을 코앞에다 쏴놓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겪는 고통은 더 심합니다. 간판을 가리거나 전깃줄에 방해된다며 가지가 마구 잘립니다. 잘린 자리에는 사람의 피처럼 수액이 맺힙니다. 쓰리고 아픕니다. 뿌리도 고난입니다. 좁은 것도 힘든데, 땅 위로 조금만 올라와도 보행에 방해된다며 제거합니다. 아예 땅을 파서 뿌리를 마구 쳐냅니다.
심한 경우는 아예 죽여 버립니다. 밑동을 잘라 숨통을 끊습니다. 각종 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거나 도로가 나는 곳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옮겨 심는 비용보다 죽이는 게 싸답니다. 가지치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한 해 500~800건에 달합니다. 간판을 가린답니다. 개발로 제거되는 가로수도 해마다 100~300그루나 됩니다.
강제 이주도 당합니다. 4차 순환도로 공사에서 '지장 수목'으로 낙인찍혔습니다. 달서구 대천동~달성군 다사읍 사이 5.1㎞ 도로를 놓는데, 5천700여 그루가 추방됐습니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회화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23종류나 됩니다. 이들은 주변 공원과 강변, 도로변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110여 그루는 아예 제거됐습니다. 너무 크거나 생김새가 불량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좋은데, 제발 저희 가로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세요. 맑은 공기를 주고 더운 여름 그늘을 만드는 저희를 아껴주세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며 바라지만 말고 잘 자랄 수 있게 지켜주세요.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한미 정상회담 국방비 증액 효과, 'TK신공항' 국가 재정 사업되나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