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아나토미/ 배철호'김봉신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정몽준 전 의원은 '버스비 70원'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라디오 생방송 토론회에서 공성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서민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냐"고 묻자, "한 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버스비 70원' 발언은 2016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까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는 "어떤 것이 네거티브이고 포지티브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 캠페인은 없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품을 검증하는 주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거짓 정보에 기초한 비방과 후보 검증을 위한 문제 제기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디어 조사와 컨설팅 작업을 해 온 배철호'김봉신이 '네거티브 아나토미'를 펴냈다. 현실 선거판에서 유용하게 쓰이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네거티브 전략에 관한 글이다. 책은 첫 장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개념화'유형화하고, 여러 속성에 따라 매트릭스를 만들어 그 특징을 설명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 때 "리어카를 끌고 과일 장사를 했다"고 자주 회상했다. 유권자, 또는 지지자에게 '같은 부류'라고 인식시켜 유대감을 갖게 하는 선거 전술이다. 상대 후보'정당'지지자는 이런 행동이 서민 코스프레라고 공격해 진정성에 흠집을 내고, 유권자와의 연대감에 상처를 입힌다. 네거티브 캠페인 전략의 하나다.
두 번째 장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국민이 인지하고 전파하는 과정을 예로 들며 상대가 제기한 이슈를 유권자가 얼마나 인지했는지와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가 이슈의 폭발력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방의 원칙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뒷맛' 없는 발언이 선거의 결과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야권 후보에 대한 보수층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한 결과를 끌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후보가 "박근혜 후보님 떨어뜨리려고 나왔어요"라고 하지 않고, 판단을 유권자의 몫으로 남겨뒀다면 어땠을까.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저격수'정타 등 5가지 공격술과 무시'사과'꼬리 자르기 등 5가지 방어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소셜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캠페인의 전략이 화두가 된 시대다. 이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지는 제3장부터 이어지는 내용에 담겼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사실과 근거의 제시에서 시작된다. 공직선거법은 사실과 공익을 위법의 판단 기준으로 규정한다. 네거티브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피할 수도 없지만 피해서도 안 된다. 저자들은 "네거티브에는 빛과 그림자가 상존한다.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후보나 참모, 선거 기획자를 위한 지침서로 기획됐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검증이 필요한 대선 레이스에서 유권자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논란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딸 재산 및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임용 논란이 한 주를 달궜다. 속 시원한 해명이 없어 아쉽다. 이슈가 계속 확대 재생산하는 동안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 짧은 선거이기에 '팩트 체크'도 유권자의 몫이 됐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은 어디까지가 가짜 뉴스, 근거 없는 비방, 흑색선전인지, 아니면 합리적 검증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진짜'를 가릴 방법을 제시한다. 34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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