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세 시대' 축복으로 바꾸기 위한 당신의 선택은?…『100세 인생』

100세 인생/린다 그래튼'앤드루 스콧 지음/ 안세민 옮김/클 펴냄

한국은 세계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에 속한다. 기대수명과 건강 기대 여명만 놓고 보면 세계 3위다.(2017 세계경제포럼 보고서: 한국인 기대수명 82.2세) 지난 50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8년 늘어났다. 100세 이상 인구가 최근 5년 동안 거의 2배 증가해 3천500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태어난 한국인 대다수의 기대수명은 107세를 넘는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선물이 아니라 저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몸이 아프고, 기억력은 떨어지고, 살림살이는 팍팍하고,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사는 게 지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길어진 수명'을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긴 수명'에 맞게 정부가 정책을 잘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정책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가장 큰 변화는 개인에게서 나오며, 개인이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늘어난 수명, 모든 것이 변한다

늘어난 수명이 우리 삶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가히 '사회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일하는 방식, 교육을 받는 목표와 방식, 취업 형태, 결혼과 출산시기, 여가 형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 등 모든 부분에 변화를 불러온다.

'100세 인생'이 되면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3단계 삶'이 점점 무너지고, '다단계 삶'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선택할 수 있는 생활방식과 인생경로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이 책은 3명의 가상 인생 시나리오를 통해 보여준다.

1945년에 태어난 홍길동은 전통적인 '3단계 삶'을 산다. 태어나서 공부하고, 취직해서 42년간 일하며 매년 소득의 4.3%를 저축하고, 은퇴 후 70세에 사망할 때까지 8년 동안 연금생활을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1971년에 태어난 마길동은 44년 동안 일하고 퇴직 후 20년을 산다.(85세 사망 기준) 퇴직 전 소득의 50%를 연금으로 받으며 노후를 보내려면 일하는 동안 매년 소득의 17%를 저축해야 한다. 1998년에 태어난 천길동은 44년 동안 일하고 퇴직 후 35년을 산다.(100세 사망 기준) 그는 일하는 동안 소득의 25%를 저축해야 퇴직한 뒤, 퇴직 전 소득의 5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수명이 100세에 이르게 되면 전통적인 '3단계 삶'의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3단계 삶'에서는 20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재투자하지 않고 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0세 인생에서는 80세까지 일을 해야 하므로 지식을 복습하는 정도로는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평생 2, 3개의 다른 직업활동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다단계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돈 문제만 해결되면 만사 OK?

노후 대비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돈과 건강'을 생각한다. 물론 돈과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00세 인생을 준비하려면, 재정과 건강뿐만 아니라 무형자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술이나 지식처럼 직장생활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생산자산, 긍정적인 가족 관계와 파트너십, 정신적 건강, 우정, 자기 정체성 재정립 등 무형의 자산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특히 '3단계 삶'에서는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갈 때, 고용에서 퇴직으로 넘어갈 때 과도기를 겪지만, '다단계 삶'에서는 단계가 더 많아지는 만큼 과도기도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과도기가 많아지는 만큼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옛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철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늘어난 수명, 밀집대형이 사라진다

'3단계 삶'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 직업활동, 퇴직이라는 일률적인 삶을 산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 단계를 따르는 만큼 '밀집대형'이 형성돼 확실성, 예측 가능성이 높다. 가령 누군가가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 그 사람의 나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장'이라고 소개하면, 그 사람의 나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경력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다단계 삶'에서는 이런 '계통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라도 대학생이 될 수 있고, 직업이나 직위만으로 어떤 사람의 나이와 살아온 궤적을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령 기업의 인사 관행, 마케팅 관행, 각종 법령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필요한, 혹은 대학생이 선호할 만한 제품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20대'만을 겨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이와 삶의 단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집단이 비슷한 단계를 겪으면서 세대 간 교류는 더 활발해진다. 밀집대형이 붕괴되고, 연령 집단이 섞이는 현상은 세대 간 이해를 촉진해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아직 미숙한 청년들은 성숙한 인식 세계에 더 일찍 도달할 수 있다.

이 책은 "4대가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놀라운 변화도 일어날 것이다. 가족구조는 훨씬 더 복잡해지고,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태도도 변해갈 것이다"고 예측한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과 과제 커져

사람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면, 정부는 광범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정부는 대체로 퇴직 이후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앞으로는 교육, 결혼, 노동 등 폭넓은 분야에서 더 정교하고 복잡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개인의 변신(이 책에서는 '욕구'라고 표현)과 예측 가능성을 바라는 기업의 요구가 부딪혀 극심한 대치국면이 조성될 수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수명 연장에 따라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개인의 과도기'를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존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개인을 향해 "어떤 단계에서는 금전적 자산을 최대화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일하고, 다른 단계에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한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모두를 취할 수 있을 때 장수는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책은 삶, 자금 조달, 일, 무형자산, 시나리오, 단계, 돈 문제, 시간, 인간관계 등 9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은이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은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로 경제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100세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짚고 있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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