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립 군자금 내듯" 독립운동家에 온정 밀물

이상정 장군 후손 후원행사…바보주막 100여명 참석…손자 이재윤 씨 감사의 뜻

13일 오후 대구 중구 이상정 고택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후손 후원 행사가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협동조합 다문 제공
13일 오후 대구 중구 이상정 고택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후손 후원 행사가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협동조합 다문 제공

"일제강점기 때 내지 못했던 독립운동 자금을 지금 보탠다는 생각으로 후원금을 냈습니다."

독립운동가 이상정(1896~1947) 장군 후손 후원을 위한 행사(본지 12일 자 2면 보도)가 13일 오후 대구 중구 이상정 고택(계산동 2가 90번지)에서 열렸다. 고택에서 2013년부터 바보주막 식당을 운영 중인 협동조합 '다문'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4월 13일)을 기념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이상정 장군 손자 이재윤(69) 씨가 직접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국민의례로 시작한 행사는 초대가수 공연'시 낭송'바이올린 연주 등으로 꾸며진 이벤트로 이어졌고 후원금 모금을 위한 경매 순서로 마무리됐다. 행사 내내 이상정 장군과 그의 친동생 이상화 시인, 아내이자 한국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 여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이날 협동조합 다문 조합원과 방문객 등 100여 명이 자리했다.

참가자들은 후원금 모금을 위한 경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권기옥 여사 평전인 '날개옷을 찾아서'는 20여 권이 판매됐고 한 참가자가 기증한 하수오 담금주는 80만원을 부른 최봉태 변호사에게 낙찰됐다. 거액(?)을 기부한 최 변호사는 "술을 갖겠다는 마음보다 독립운동가들을 돕는 독립 군자금을 낸다는 마음이었다"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 김모 씨는 "북쪽에서 독립운동 후손은 3대까지 특권층 대우를 받는데 남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대우를 한다면 나라가 어려울 때 누가 목숨을 바치겠느냐"고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윤 씨는 주최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씨가 할아버지인 이상정 장군 고택을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씨는 "상상했던 옛날 집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걷기가 어려워 집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며 "작은할아버지인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낭독될 때 특히 감명 깊었다. 앞으로는 시간 날 때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감격해 했다.

한편 협동조합 '다문'은 17일 이날 행사를 통해 모인 후원금 300여만원을 이 씨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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