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에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보냈다던 미국의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칼빈슨호가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왜 허위 발표를 해 여론을 호도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았는지를 두고 단순한 착오인지, 의도한 전략인지 추측이 무성하다.
미국 당국자가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9일(현지시간)이다. 당시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은 지난달 한미 합동훈련에 참여한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경로를 바꿔 한반도로 기수를 돌렸다고 밝혔다.
다음 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를 재확인한 데 이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도 잇따라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칼빈슨 항모 전단은 정기적으로 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며 해당 해역에서의 전단 이동에 특별한 목적은 없다"며 칼빈슨호의 움직임이 북한과 관련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이날 미 NBC뉴스는 "북한의 핵실험 감행이 임박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미국이 재래식 무기를 활용해 북한에 선제타격을 할 준비가 됐다"며 미군이 한반도 인근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구축함을 배치했다고 정보 당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15일 칼빈슨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는 사진이 공개됐고,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그간의 퍼즐을 맞춰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한반도를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고 17일 보도했다.
결국 미 태평양 사령부는 18일 "지금 칼빈슨호는 호주 해군과의 정기훈련 이후 지시대로 서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며 아직 한반도로 항공모함을 보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칼빈슨호의 임무에 대한 오해가 거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백악관의 희망과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백악관은 칼빈슨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혼선의 책임을 국방부에 돌렸다.
WSJ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는 국방부가 칼빈슨호의 움직임을 감독하는 사령관들을 계속 확인하지 못해 18일까지 실수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섣부른 발표를 하고서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 자체가 정교하게 짜인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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