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시청 여자사이클팀 감독 전제효, 5년전 악몽 딛고 최강 우뚝

훈련 중 車 덮쳐 선수 6명 사상, 사람들 독려에 용기 내 팀 재건

상주시청 여자사이클팀이 지난 3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7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 도로사이클 대회에서 종합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전제효 감독. 상주시 제공
상주시청 여자사이클팀이 지난 3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2017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 도로사이클 대회에서 종합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전제효 감독. 상주시 제공

"명실상부한 국내 최정상팀으로 다시 등극했지만 5년 전 그날만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상주시민의 성원이 팀 재건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지난 2003년 창단 이래 14년간 상주시청 여자사이클팀을 맡고 있는 전제효(56)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명장이다. 그는 2013년부터 해마다 5월 1일이 가까워 오면 남모르게 눈물을 훔친다. 5년 전인 2012년 5월 1일 도로에서 훈련 중 느닷없이 화물차가 덮치는 바람에 선수 3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때문이다. 당시 훈련을 지휘하던 전 감독도 목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지금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을 만큼 그날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 감독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며 "평생을 죄인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당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이클계를 떠나려 했다는 전 감독은 "상주시민들과 체육인들이 감독 책임이 아니다. 팀 재건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독려, 다시 한 번 용기를 낸 것이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했다.

"꽃다운 나이에 먼저 간 선수들을 생각하니 그들이 몸담았던 팀을 저버리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전 감독의 의지로 상주시청팀은 다시 선수를 보강해 2014년부터 주요 대회를 휩쓸면서 전국 강호로 부활했다. 특히 지난해는 3'1절 기념 강진투어 전국도로 사이클대회, 제33회 대통령기 전국사이클대회, 제23회 음성다올찬 전국사이클대회, KBS 양양 전국사이클 대회 등 국내 메이저 4개 대회에서 연속 종합우승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이 부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여자사이클에서 전국대회 4개를 연속 우승한 것은 국내 대회 사상 두 번째로 모두 전 감독의 상주시청팀이 갖고 있다.

첫 번째 기록은 바로 5년 전 사고 주역들이 갖고 있는 2011년 기록이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팀 재건에 나선 후배들이 그대로 선배들의 대기록을 재현한 것이어서 더욱 극적이다.

전 감독은 "이 기록은 5년 전 가슴에 사무친 충격적 사고를 당한 그들의 기록이기도 해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상주시청팀은 올해 첫 대회인 지난 3월 '2017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 도로사이클 대회'에서도 종합우승을 차지하면서 전국 최고의 자전거 도시인 상주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14년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치 이준호, 국가대표 김유리'나아름 등 2명, 전 국가대표 이애정,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박미남, 김현지, 김다은, 곽다빈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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