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로 향한다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의 정반대 이동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일본은 내각 지지율을 높이려고 위기설을 조장하는 식으로 악용한 반면 대만은 일찌감치 호주행을 간파하고 차분한 대응을 해온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미일 동맹'을 강조해온 일본이 칼빈슨 항모의 행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조야에서 칼빈슨 항모의 한반도 이동설이 앞다퉈 나올 때 대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파악하고 대응했음이 확인됐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대만 국방부는 동북아 정세 진단을 위해 소집된 긴급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했다.
당시 칼빈슨 항모의 한반도 재전개가 언급된 뒤 곧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여서 대만 당국의 이 같은 '안이한' 정세판단에 의아함이 묻어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만 상보(上報)는 당시 회의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게 본 이유로 칼빈슨 항모가 당초 목적지인 호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정보를 근거로 했다고 전했다.
실제 칼빈슨함은 8일 싱가포르를 출발한 뒤 한반도로 향하지 않고, 지난 15일 정반대인 호주 북서쪽 해상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해협을 지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대만 국방부는 또 미국으로부터 직접 입수한 정보라며 한반도 정세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위기상황도 곧 해제될 것이라고 봤다. 대만군은 이에 따라 한반도 상황에 대응하는 전담팀도 구성치 않았다.
대만은 미국과의 원활한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제삼자적 입장에서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피란민을 보호하고 일본인 구출에 나서겠다며 위기론을 부채질한 것과 달리 대만은 이런 정확한 정세판단을 근거로 당시 회의에서 한국에 있는 교민 대피 문제는 논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 철수 대책을 운운하면서 한반도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13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17일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란민이 유입할 경우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란민이 유입할 경우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호들갑을 통해 아베 내각은,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오사카(大阪) 사학 비리 사건에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루돼 급전직하했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 성공했다.
일본과 대만의 상황 판단과 대응이 판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만은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될 가능성은 크다고 봤다. 당시 회의에서 대만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이 이를 요격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고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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