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동행

다음 주간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봄날에 공휴일들도 있어서인가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설레기도 하지요. 여행을 위해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누구와 여행을 하느냐입니다. 혼자 하는 여행도 나름대로 좋지만 같이 하는 여행도 좋은데, 그 같이 가는 '동행'이 중요한 것이지요.

성경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루카 24,13-35)가 있습니다. 예수가 죽임을 당한 후, 예수의 두 제자는 믿고 따르던 분이 죽고 기대가 사라진 허망함, 예수를 죽인 유다인들에 대한 두려움 등에 싸인 채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길을 가지요. 그런 두 제자에게 부활한 예수가 나타나고 부활한 예수의 동행 덕분에 두 제자의 길은 바뀌게 됩니다. 이 성경 구절들을 읽다가 '동행'이라는 것에 생각이 머물렀습니다.

'동행'(同行).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는 것, 또는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동행'은 단지 길을 같이 가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인생길을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말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같이 산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온 존재로 삶을 공유하고 내 삶에 상대의 개입을 허용하고 그와 함께 온 삶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을 뜻하는 말일 겁니다.

'동행'을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가 나와 동행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되면 나와의 그 동행에 마음 든든해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만 주어지는 모든 일들, 의무와 책임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고 때로는 고통일 것입니다. 살면서 만나는 무거운 부담과 고통의 순간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와 동행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힘을 내게 하는지 모릅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하는데 때로는 실제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또 기쁠 때도 그 기쁨을 함께해서 더 기쁘게 됩니다. 그러니 나와 함께하는 그 동행에 참 든든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반면 동행과는 다른 모습을 생각합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는 골이 깊은 갈등의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고 위로와 연대로 함께하려는 노력의 이면에는 아픔을 조롱하고 악의적으로 이용하면서 극단의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내 가족처럼, 내 이웃처럼 듣고 보고 동행하기보다 자기의 이익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각과 입장을 먼저 내세우기도 하면서요. 심지어 왜곡된 얘기들을 확산하여 갈등을 키우고 힘들어하는 이웃의 상처를 더 크고 깊은 아픔으로 몰아가기도 하면서요.

성경의 두 제자와 동행한 예수처럼 나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나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을 내가 알아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혼자가 아니라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바로 그가 나와 동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겨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는 그와 동행하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나에게 좋은 동행이 있는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동행인지를요. 내가 아는 가까운 이웃에게는 물론이고 나와 좀 떨어진 이웃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행하기를요.

곧 시작하는 5월은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많습니다. 나에게 동행이 되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나도 가족들에게 좋은 동행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족들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행이 없어 더 힘든 이들에게 동행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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