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대구미인(大邱美人)

근자에 와서 대구 장관동(壯觀洞)이라 카는 동네에

올개 열여섯 묵었다 카는 절세미녀 아가씨 하나이

산다는데 동네 할매가 전하는 요 미녀의 생김새로

살피보마

키는 훤출하이 큰 데다 뻘따이겉지 않아 늘씬하고

눈은 산머루처럼 까맣고 반짝거리고

눈빛은 깊고 그윽하지만 요염치는 않고

입수부리는 잘 익은 자두처럼 붉고

잇빠지는 촘촘 소물고, 코는 우뚝하지 않게 오똑하고

고망쿰 고망쿰 오똑하고

살밑이 곱고 귀는 귀티시럽고 머리카락은 까만

윤기가 나고

다리는 아조 품질 좋은 조선 작대기 무시겉치 맑게 희고

튼튼하고

어깨는 인자 머시마아한테 기대도 좋을 망쿰 아담하다

카더라

뭣보담도 이 아가씨는 마암씨가 너무 착해 빠져서 우에

모든 이뿐 거를, 모도 훌쩍 덮어뿔고도 남을 만하다는

거이었다

(시집 『권투선수 정복수』 제4집 대구의 인물 편)

*뻘따이: 키가 큰 것이 조신하지 못하고 껑충하기만 한 모습.

*입수부리: 입술

*잇빠지: 이빨.

*소물다: 성글지 않고 촘촘함.

*살밑이 곱다: 피부미인을 말함. 옛날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참 많이 쓰던 말이다.

*작대기 무시: 막대기처럼 길쭉한 무.

*머시마아: 사내

대구는 한때 미인이 많은 고장으로 전국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실례로 수많은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경우인데 오금순, 오현주, 손미희자, 신정현, 장윤정, 설수현, 서현진 등 기라성 같은 미인이 많았다. 대구에 미인이 많이 생기게 된 연유로는 비타민C가 많아 피부에 좋다는 그 유명한 '대구사과' 때문에 많은 미인을 양산(量産)했다는 설과 대구지방은 '물'이 좋아 미인을 많이 배출했다는 설 등 이런저런 설이 설왕설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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