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비욘디 프랑크(32) 씨는 아프리카 유학생 사이에 '홍반장'으로 통한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그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열혈 청년이다. 유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주거나 자치할 집을 구해주는가 하면 집에 인터넷 설치도 해주는 등 궂은 일을 도맡는다.
"원래부터 남을 돕고 이끄는 걸 좋아했어요. 모국에서도 각종 대표를 수시로 맡았어요." 현재 대구대를 포함해 대구권 대학에는 100명가량의 아프리카 유학생이 유학 중인데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프랑크 씨부터 찾고 있다. 유학생 사이에 워낙 유명인사가 되다 보니 올 3월까지 재한콩고민주공화국 유학생 대표를 지냈고 1월부터는 대구대 아프리카유학생 동문회장도 맡고 있다.
프랑크 씨는 이제 전국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2회에 걸쳐 방송 프로그램인 '이웃집 찰스'에 나와 자신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기를 유감없이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그가 소속된 '카프리카'(아프리카 유학생으로 구성된 공연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고 결국 방송 출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당초 1회만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프랑크 씨의 재미있는 입담과 생활 덕분에 2회로 연장되기까지 했다.
프랑크 씨가 우리나라에 온 것은 2010년. 현지 선교단체의 주선으로 자국 장학생에 뽑히면서 대구대에 유학을 온 것이다. 그는 당시 고생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한국 날씨는 적응이 안 된다. "당시 3월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너무 추웠어요. 더욱이 이전에 보지도 못한 눈까지 왔어요. 아직도 환절기마다 감기를 달고 살아요. 한국은 우리나라보다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추워요."
초반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생활비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에서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백방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지만, 업주들이 아프리카 유학생인 걸 알고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몽골이나 중국 유학생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가면 저만 안 됐어요. 생김새가 너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죠." 하지만 한국 친구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알려주거나 이력서도 대신 만들어주면서 조금씩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프리카 유학생 후배들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줄 만큼 몇몇 업주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현재 날씨 외에는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이 됐다고 했다. 특히 김치 사랑은 남다르다. "초반에 김치라는 음식을 경험했는데 입맛에 너무 안 맞았어요. 색깔은 빨갛고 예쁜데 맛이 너무 이상했어요. 하지만 한 가닥씩 먹다 보니 지금은 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못 할 정도예요. 냉장고에 다른 것은 없어도 김치는 항상 보관돼 있어요."
그는 대구대에서 통신'전산과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학사'석사를 거쳐 올해부터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그는 "박사 과정을 마치면 한국 기업에 취업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뒤 모국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5개 국어 능통자이기도 한 그는 한국과 자국이 교류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포부다.
프랑크 씨는 더 큰 꿈도 내비쳤다. 바로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프랑크 씨는 "20년 뒤쯤에 그 꿈을 이루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웃었다. 얼핏 농담 같았지만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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