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외국인력지원센터 주관 '아시안 스마일 페스티벌' 행사에 다녀왔다. 히잡을 쓴 여성, 아프리카 전통 복장처럼 보이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키 큰 사람…. "정말, 우리가 글로벌 시대를 사는구나" 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센터에서는 이것 말고도 봄'가을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 문화 탐방 행사를 연례적으로 갖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이런 행사를 힘들게 마련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행사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고, 여기저기에서 협찬을 받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센터 직원과 봉사자들은 본연의 업무를 위해 주말도 없이 일한다.(외국인 근로자의 센터 이용은 주말, 특히 일요일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대구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문화행사를 '힘들게' 기획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됐을 때 조금은 충격이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은 4년 10개월이란다. 그런데 대구경북에서 5년이나 일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팔공산'과 '동화사' '경주' '안동'에조차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가겠다'는 집념이 강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잔업과 초과근무, 휴일근무를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루 18시간을 일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을, 대구경북을 제대로 느낄 시간도 돈도 없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주소이다.
그럼, 고국으로 되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 '대구경북'은 어떤 곳으로 기억될까. 고된 노동, 외로움, 차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등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비록 자발적 선택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1960, 70년대를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외국인 근로자들(우리의 부모, 할아버지들이 그랬듯이)은 훗날 자기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한국이, 대구경북이 이처럼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것이야말로 국격(國格)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그래서 김경조 센터장이 '무리하게' 문화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불현듯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다며 최순실 일당이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가며 벌였던 일들이 떠오른다. 투자 대비 파급효과가 큰 민간외교관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리 주위에 그대로 방치한 채 말이다.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보다는 좀 더 현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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