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덕(가명'65) 씨는 매일 오전 4시에 눈을 뜬다. 지적장애 1급인 딸(36)이 임 씨의 얼굴을 마구 비비며 임 씨를 깨우는 탓이다. 임 씨는 침이 흥건한 딸의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딸은 척추가 심하게 휘고 한쪽 다리가 짧아 거동이 쉽지 않다. 치아는 모두 썩어 단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임 씨는 딸의 자세를 수시로 바꿔주며 굳어가는 팔다리를 주물러준다. 임 씨는 "우리 딸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내가 하소연하며 눈물 흘리면 따라서 운다"고 했다.
딸을 돌보는 틈틈이 임 씨는 옆방에 누워있는 남편을 들여다봤다. 어지럼증과 척추관협착증이 심한 남편은 5년 전부터 거의 누워 지내고 있다. 눈만 깜빡거리며 꼼짝없이 누워있는 남편을 보면서도 임 씨는 옅게 웃었다. 덤덤한 표정을 잃지 않던 그가 화장실에 홀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숨어 몰래 우는 건 임 씨가 슬픔을 쏟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뇌성마비 딸, 몸져누운 남편 병구완
임 씨는 "그토록 예뻤던 딸 아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딸은 첫돌 무렵에 심한 열병을 앓은 뒤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딸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도 딸은 항상 엄마를 바라보며 웃는다. 임 씨는 "36년 동안 아기 키우듯 딸을 돌봤다"며 "가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딸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임 씨의 걱정거리는 딸뿐만이 아니다. 20대 중반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남편은 40대부터 고엽제 후유증을 앓기 시작했다.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겼고 어지럼증을 겪었다. 택시 운전을 하다가 어지러워 교통사고를 낸 것도 여러 번,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고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쓰러진 적도 많다.
남편은 5년 전 담석증 수술을 받고 난 후론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또 심한 척추관협착증 탓에 종일 누워 지낸다. 임 씨는 "3개월 전 남편이 혼자 몸을 일으키다가 쓰러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면서 "집안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면 혹시라도 남편이 넘어진 게 아닐까 마음을 졸인다"고 했다.
건강하던 시절, 남편은 "아내와 딸을 지켜주고 내가 가장 마지막에 눈 감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다 내가 먼저 떠날 것 같다"고 걱정한다. 남편이 딸에게 "내가 우리 딸 지켜줄 수 있을까"라고 말하면 딸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치매 걸린 남동생 돌보다가 심한 우울증까지
임 씨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 남편이 담석증으로 고생할 무렵 임 씨는 치매에 걸린 남동생까지 돌봐야 했다. 이혼 후 혼자 살던 남동생은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누나를 찾아왔다. 남동생의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외출을 하면 집을 찾아오지 못할 정도가 됐다. 임 씨는 "너무 속상해서 동생의 등을 마구 때렸다"며 "그러고 나면 마음이 아파 혼자 계단에 나가서 울며 기도했다"고 했다.
어느 날 임 씨 머릿속에 끔찍한 생각이 똬리를 틀었다. 임 씨는 "세 명 다 세상을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너무 무서워 병원을 찾아가 보니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임 씨는 그때부터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 남동생은 결국 요양원으로 보냈다.
임 씨는 딸만큼은 장기요양시설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임 씨는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힘겹게 부엌으로 내다보는 딸을 어떻게 요양원에 보내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문제는 생활비다. 정부 지원금 100만원이 나오지만, 기저귀 값으로 절반이 나간다. "남편의 척추 수술은 꿈도 못 꾸고 있어요. 저도 당장 틀니를 해야 하지만 70세가 돼야 틀니 지원이 된다고 해서 몇 년만 더 기다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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