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안아키' 논란을 바라보며

최근 '안아키'라는 인터넷 카페 때문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가 떠들썩하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로 같은 제목의 책을 낸 한의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이란다. 이 카페에서 공유하고 있는 끔찍한 자연치유법들을 접하고는 분노를 넘어 공포를 느꼈다.

우선 아토피 피부염은 긁어내라는 주장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에 열이 쌓여 생기므로 긁어서 큰 상처가 나면 열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가 환부를 긁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자꾸 긁게 되면 환부에 상처가 나고 이차감염으로 상처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토피 환부를 긁어내라니.

더 황당한 주장도 있다. 아이가 화상을 입으면 온찜질을 시키고 햇볕을 쬐어주라, 배탈이나 설사를 하면 숯가루를 먹여라, 아이가 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라 등이다.

특히 이 카페에서 주장하는 백신 무용론은 정말 우려스럽다. 백신의 부작용을 과대포장하고 백신의 효과를 부정하면서 병에 걸려 자연면역을 획득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온 국민이 수두 파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한의사의 인터뷰. 경악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망률이 30~50%나 되던 천연두는 존재하지 않는 병이 됐다. 백신 덕분이다. 한 사회가 특정 질병에 집단면역을 갖고 있으면 걸린 사람만 앓고 유행하지 않게 되고, 오랜 기간 집단면역이 지속되면 원인균이 소멸한다. 카페 회원들을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한다거나 다른 아기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백신 반대론자들은 앓고 나면 면역도 생기고 좋을 텐데 왜 백신을 맞느냐고 한다. 질병을 앓으면서 생기는 각종 후유증과 사망은 왜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안아키 카페엔 6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활동했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고생시키려고 이런 치료법을 따랐겠는가. 의사도 자연치유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감기약도 잘 먹지 않는다. 감기약이 나빠서가 아니다. 안 먹고 며칠 참으면 그냥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많이 힘들면 증상에 따른 감기약을 먹는다.

그러나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면 왜 그런지 알아야 한다. 만약 아이가 뇌수막염이나 폐렴 때문에 열이 났다면 죽을 수도 있고 큰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감기 때문이라도 고열이라면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이도 덜 힘들고 열 경련 등의 문제도 없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화가 난다. 또 한편으로는 반성도 해 본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 남용에 대한 우려와 의사와 소통 부재로 저런 육아법을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해서다. 항생제 남용 등의 잘못된 진료와 자연치유법은 같은 편에 서 있다. 비과학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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