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온누리 통해 배우로 데뷔
아동극 3분짜리 배역이 첫 무대
드라마 '넝쿨당' 때문에 스타됐죠"
"연기를 시작할 때 제 나이가 스물한 살이었는데, 이렇게 대구시 연극홍보대사로 서게 되니 무척 영광입니다."
지난 2일 대한민국 연극제 개막식 리셉션장에서 만난 이희준(39) 씨는 상기돼 있었다. 서울에 워낙 대구 출신 연극인들이 많아 자기가 '중책'을 맡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는 것.
이 씨는 개막식 행사를 위해 하루 전에 와서 극단을 돌며 몇몇 작품을 둘러보았는데, 배우들에게서 강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익숙한 얘기지만, 이 씨는 대구의 극단 온누리 배우 출신이다. 20대 초반 그는 이국희 대표를 찾아와 연극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그래, 한 번 해볼래?" 하며 이 대표가 내준 건 밀대 걸레였다. 6개월쯤 청소며 잡일을 하던 그에게 드디어 배역이 맡겨졌다.
"저의 데뷔 무대는 아동극이었어요. '알라딘과 요술램프'였는데 거기서 바보왕자 역을 맡았습니다. 3분짜리 배역이었는데 그 첫 무대의 짜릿한 감동이 저를 매료시켰죠."
그렇게 연극에 발을 들여놓았고, 연극은 그의 운명이 되었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이 대표는 "당시 동기생이 15명쯤 됐는데, 김민재(탤런트)와 희준이가 제일 눈에 띄었다"며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무에 한계를 느낀 이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도전했고, 재수 후 연극인 엘리트 코스라는 한예종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이 씨는 '차이무'라는 연극단체에 들어갔고, 대학로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방송국 피디의 눈에 들어 TV에 얼굴을 알리다가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출연하게 된다. 당시 사투리 섞인 독특한 말투에 까칠하고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로 실장님 배역을 잘 소화해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때부터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사인 요구 때문에 시내 나들이가 불편해졌어요. 병원에 가면 간호사들이 주사를 서로 놓으려고 다투기도 했죠. 이런 인기 덕에 CF도 찍고 덕분에 원룸에서 빛이 잘 드는 투룸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이 씨는 그 후 '전우치'와 '푸른 바다의 전설'을 넘어 이제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옛날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의 인생이 그렇게 늘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20세 초반에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기도 했고, '장남은 절대 연예인 못 시킨다'는 집안의 반대 때문에 소주병을 팔아 라면을 끓여 먹은 적도 있었다. 이 씨는 앞으로 지역 연극계에서 불러주면 흔쾌히 달려오겠다고 답한다.
"개런티보다는 작품성을 먼저 봅니다. 출연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은 작품으로 불러주시면 달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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