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성폭행 진상조사 방식 바꿔야" 포스텍 대학원생 자살 유족 분통

"경찰에 먼저 수사의뢰 했어야"

성폭행 의혹 조사를 받던 포스텍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본지 4월 13일 자 9면, 5월 31일 자 10면 보도)의 원인이 대학 측의 허술한 진상조사로 지적된 가운데 대학들의 성폭행 진상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포스텍 대학원생 성폭행 의혹 사건은 지난 3월 한 여대생이 학교 성희롱'성폭력 센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상담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학 측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던 중인 지난 4월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대학 측 주장에 대해 유족들은 "이런 강력사건 의혹이라면 경찰이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수사 능력도 없는 대책위가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포스텍 내부 규정을 보면, 대책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부총장과 부위원장인 상담센터장 등 11명 이내로 하고, 사건 관련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 등 인물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들은 ▷성희롱'성폭행 사건의 조사와 중재 ▷가해자에 대한 징계요구 또는 발의 ▷사건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기타 조치 등을 진행한다.

그러나 수사당국 입장에서는 이런 대책위 구성원으로는 범죄행위를 밝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잘못된 조사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전문가들은 단서와 양쪽 주장의 모순된 점 등을 찾아 혐의 여부를 판단하고, 혐의가 있다고 보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섣불리 가해자'피해자를 속단하지 않는다"며 "수사기법에 숙달하지 못한 비전문가 집단이 어설픈 조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 같은 대학 내 성희롱'성폭행 의혹 조사 방식은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포항지역만 해도 한동대, 포항대, 선린대 등 3개 대학은 여성가족부가 제안한 사건처리절차를 따라 교내에 설치된 '성희롱'성폭력 센터'가 사건을 접수하면 상담이 이뤄지고, 성폭력 대책위가 소집돼 조사 등을 하고 있다.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대학 내 조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 이뤄진다.

대학원생 유족 측은 "포스텍이 경찰에 일찍 수사 의뢰만 했어도, 아들이 허무하게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조사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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