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 의견은 중요하다. 다수 의견이 반드시 옳거나 정의롭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1961년 미국 케네디 행정부의 쿠바 피그만 침공작전의 실패다. 실패 후 작전의 입안과 실행까지 전 과정을 복기(復碁)한 결과 실패할 수밖에 없음이 드러났다. 케네디가 "내가 어쩌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하고 한탄할 만했다.
그럼에도 작전은 강행됐다. 그 이유는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참모 중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동조 현상을 군사 영역에서는 '근친상간적 증폭'(incestuous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전시에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강화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종국에는 위험한 판단 착오를 낳게 된다.
만약 케네디 행정부 내에 '악마의 변호인'(Advocatus Diaboli)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전은 없었던 일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케네디 행정부의 고문으로 피그만 침공 결정 회의에 참석했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이렇게 회고했다. "만약 단 한 명의 관료라도 반대했다면 케네디는 그 계획을 취소했을 것이다." 슐레진저 자신도 작전에 회의적이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악마의 변호인이란 가톨릭 교회에서 1578년 교황 식스투스 5세 때 시작돼 1983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폐지할 때까지 405년간 지속된 제도로, 어떤 사람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할 때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성직자나 일반인을 말한다. 이 호칭은 오늘날에는 강력한 반대 의견으로 다수 의견을 흔드는 사람이란 뜻으로 일반화됐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런 소수 반대 의견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보았다. "어떤 생각을 억압하는 것은…만약 그 의견이 옳다면 그런 행위는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라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켜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소수 의견이라고 반드시 존중받아야 하는 것만도 아니다. 공동체의 교란과 파괴를 기도하는 집단에 대한 다수의 단죄(斷罪)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도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우리를 파괴하려는 집단을 감싸는 자멸적 일탈(逸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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