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대립군'으로 돌아온 배우 이정재

"리더의 자질은 상대방에게 나를 낮추는 것"

배우 이정재(44)는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며 영화 '관상' 속 이정재의 대사를 따라 하는 성대모사 달인들 덕에 유행어가 생겼고, 팬들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이제는 관련된 대사도 거의 다 잊어버렸는데 이렇게 많이 패러디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내가 특허를 낸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웃었다.

그는 또 모델로 활동한 햄버거 CF를 언급하며 대중의 살가운 시선이 행복하다고도 했다. "햄버거 매장을 가면 선반 밑에 까는 용지에도 제 얼굴이 있거든요? '케첩하고 머스터드 소스를 이용해 누가 누가 웃기게 그리나'라고 하는,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ㅂ 게 있더라고요. 그 사진이 한동안 SNS에 계속 돌아다니더라고요. 처음에는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일종의 소통이구나' 싶어서 반갑더라고요. '또 다른 모양으로 그릴 순 없나?'라며 저도 즐기게 됐다니까요.(웃음)"

'열일'하고 있는 이정재는 최근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으로 팬들을 찾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대립군 수장 토우 역을 맡았다. '갑'이 아니라 '을', 아니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해도 모자라다. 이정재는 을의 처지를 연기한 것에 대해 "나는 항상 을"이라고 웃으며 "지인도 '네가 밥집에서 반찬 한 번 더 얻어먹는 것 말고 좋은 게 뭐가 있는 직업군이냐?'고 한다. 이번에도 가장 계급이 낮은 직업군 중 하나를 연기한 것"이라고 몰입했다.

대립군 수장이라는 수식이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남을 대신해 군역을 다하는 천민일 뿐이다. 물론 극 중 토우는 가치관 정립이 확실한 인물로 보인다. 이정재는 "천민의 생존 본능"이라며 "임진왜란이라는 전시 상황이기도 하고, 나를 포함한 동료 모두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절대적 사명감이 있었기에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립군'은 진정한 리더는 누구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표면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정재는 "정치적으로 좌우 색깔론이 강했다면 좀 더 출연을 고민하지 않았을까"라며 "색깔보다는 백성이 원하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이고, 리더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와 관련한 이야기라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가 아닌 시나리오에는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요소가 강하게 표현돼 있었다. 모든 인간은 두려움이 있으니까"라고 한 이정재는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심이었는데 압축하는 과정에서 편집되고 삭제돼 많은 부분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대 사회와 정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였으면 했다. 하지만,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덜 세련됐다고 해야 할까? 은은하게 관객에게 보여 드리고 싶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도 너무 메시지가 직접 보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토우는 어린 광해를 뒤따르며 광해가 백성을 잘 이끌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또 한 명의 리더다. 이정재는 "광해가 토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면서, 성장한다. 토우는 일종의 조력자 역할"이라며 "'나라가 바뀌어도 팔자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늘 하던 토우가 '저 사람이 우리의 왕이 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작게나마 자신이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변한다"고 짚었다.

이정재는 아티스트컴퍼니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1년 정도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정우성, 하정우 등등과 손을 잡고 일하고 있다. '대립군'의 주제, 리더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대한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물론 상대방이 결정하기 전에는 수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다들 알지 않나? 그렇게 사람이 모이면 잘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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