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김부겸 의원 동영상 화제
"좌파 떠들지 마" 유권자의 비난 담겨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가 장문 게시
"문재인이 김부겸의 동지" 감성 자극
지난 시절 한때 재계 순위 9위까지 오른 '삼호'그룹의 창업자 조봉구 회장은 서울 강남에 부동산 열풍이 일었던 1970년대 부동산 업계에 신화를 남긴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 역삼동'방배동'도곡동 등 이른바 강남의 노른자위 땅과 제주도에 각각 수백만 평의 땅을 개발, 보유한 한국 최대의 부동산 재벌이었다.
그러나 오로지 절약에 모든 열정을 쏟은 나머지 조 회장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리 사교적이지 않아 잡음이 많았다. 조 회장은 당시 최고 실력자인 전두환 국보위 위원장과 아주 가까운 이모 씨 등 거물급 정계인사들과 방배동의 호화 자택에서 정기적인 '포커' 게임을 하는 '포커그룹'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재벌로서 전혀 관대하지 않은 그의 '포커게임 매너'에 참석자들의 불만이 컸다.
재벌로서 관대하지도 않고 게임 후 돈을 잃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조 회장에 대해 불만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이 씨의 이런 앙심에서 비롯된 악평들이 당시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국보위 위원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에게 전달되어 조 회장은 결국 평생 절약하며 자식보다 더 귀하게 키운 삼호그룹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조 씨는 10여 년 후 맏딸(조영애)의 미국인 남편 씨브라이트(Seabright) 씨가 미 국무부 국장으로 승진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고, 그런 새로운 분위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조흥은행과 대림그룹을 상대로 삼호그룹의 재산권 반환 소송을 제기해 보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세계최대 PR 대행사의 하나인 '힐 앤 놀튼'(Hill & Knowlton)사로부터 조 회장을 위한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 기자회견 주선을 부탁받고 미국을 방문하여 조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 전략을 논의하고 국내외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메시지도 마련했다.
조 회장은 아침식사 후 필자와의 미팅에서 "나는 다 잊었는데 우리 딸이 자꾸 지난 일들을 들춰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면서 "김 사장, 만일 내가 아직 삼호그룹을 경영해왔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고 건강한 인생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말'로 정리해, 지난 시절 그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악의에 찬 언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한때 화제가 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때의 일화도 '사람 살리는 말'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 국왕이 김영삼 대통령 환영만찬장 '헤드테이블'에서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를 두고 "골프 실력이 뛰어나고, 골프 후 함께 노래방에서도 흥겨운 시간을 자주 보내는 최고의 대사"라며 영어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통역을 맡았던 박진 전 국회의원은 순간 난감한 고민에 빠졌다. 골프에 대한 혐오가 대단히 심했던 김영삼 대통령에게 상대국 국왕의 말을 있는 그대로 옮겨 전하면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 신변에 큰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면서 골프 그 자체보다는 말레이시아 주재 우리 대사의 친화력 넓은 외교력을 돋보이게 하고 말레이시아 왕의 우호적인 뜻도 잘 전달하여 관계자 모두를 살린 말로 그날의 국왕 만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 영상에는 한 유권자가 유세를 하는 김 의원에게 "너는 좌파다. 여기서 떠들지 마라. 양심이 있어야지"라는 말을 하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문의 게시물을 게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게시물을 마치면서 "김부겸이 문재인의 동지가 아니라, 문재인이 김부겸의 동지"라고 강조하며 글을 마쳐 그 페이스북 글을 읽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억만금을 물기도 하는 세상.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죽이는 말'보다,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살리는 말'을 애용하고 생활화한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상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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