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변칙보다 원칙

'도덕적인 인물'과 '정직한 사람'. 올 5월 1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교 학생 1천 명 대상의 여론조사 결과다. 앞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자질 1위였다. 뒤는 어른 유권자들이 선출해주길 바라는 인물 1위였다. 이 나라 청소년은 나라 지도자는 도덕성을 갖춘 사람과 정직한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본 셈이다.

이런 인물은 국민 모두 간절히 바라는 지도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 일은 마음처럼 이뤄지지 않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사람들이 그럴듯해 보이고, 실제로 겉은 그런 것 같은데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은 사이비(似而非) 인물이 들끓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비 인물로 동물 가운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심지어 '미물'(微物)로까지 낮춰 평가되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비롯해 새 정부의 나랏일을 맡을 장관 후보자 등 숱한 인물을 국민 앞에 선보였다. 대통령이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부터 삼고초려해서 영입한 인물(자유한국당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20일 발언)인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 등이다. 지나온 삶과 경력도 여러 갈래였다.

그런데 '몰래 혼인신고'한 안 전 장관 후보가 낙마했다. 또 다른 여러 인물도 다양한 의혹으로 여야 정당이 대치하고 있다. 국회 파행까지 겪고 있다. 첫째 원인은 대통령이다. 원칙에서 벗어난 인물을 등장시킨 탓이다. 대통령 스스로 인사 원칙을 어겼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제시한 '병역 면탈'논문 표절'위장 전입'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의 5대 비리자 배제 원칙과 맞지 않은 인물이다.

지금 여야의 갈등과 국회 파행은 대통령으로서는 자업자득이다. 물론 원칙은 원칙일 뿐, 지키지 않으면 처벌되는 법이 아니다. 하지만 '도덕적인 인물'과 '정직한 사람'을 바라는 이 나라 청소년과 국민, 특히 촛불 민심은 대통령의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 원칙이 아닌 변칙이 통하고, 법을 어기고 무시한 인물을 등용하는 일이 다반사이면 앞선 정부의 잘못과 뭣이 다를까. 변칙으로 누린 명성과 지위를 또다시 허용할 수는 없다.

국민은 지금 문 대통령에게 80%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만이라도 앞선 정부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변칙에 능하고 법을 어긴 사람을 앞세우기보다, 청소년과 국민이 원하는 그런 인물을 찾는 노력을 바랄 뿐이다. 변칙이 또 다른 변칙을 낳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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