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대표적인 문학상의 하나인 '흑구문학상' 수상작이 과거 발표된 작품으로 밝혀져 수상이 취소되고 수상 선정을 두고 경찰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수상 작품이 공모 기준에도 맞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데다 문학상 선정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돼서다. 국내외의 비판과 함께 향토 문인들의 분노와 진상 규명 목소리도 높을 수밖에 없다.
흑구문학상은 올해 9회째를 맞으며 향토 수필 분야 문학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 수상작 선정 이후 무자격 논란이 일고 수상 작품이 이미 과거에 발표된 작품과 거의 똑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주최 측은 수상작 취소와 상금 반환 조치를 내렸지만 논란은 계속돼 경찰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셈이다.
이번 논란에서 무엇보다 수상 작가의 양심 불량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의 단초를 준 만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먼저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찾는 공모전에 과거 발표한 작품을 낸 일은 변명이 필요 없는 잘못이다. 이를 감추고 '문장 두 단락을 추가'한 기존 작품을 미발표작이라며 공모에 응한 일은 자신과 주최 측을 속인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문장을 훔친 표절보다 나쁘다. 스스로에 엄격해야 할 작가의 기본자세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주최 측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작가 주장처럼 주최 측이 '기존 작품에 문장 두 단락을 추가했다'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수정'보완했다면 미발표작'이라고 해석했다면 더욱 그렇다. 문장 두 단락만 바꾼다고 미발표작으로 해석할 어떤 근거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최 측이 수상 작품의 공개 요구마저 묵살한 일은 의혹을 부채질하고도 남는다. 2009년 발표된 수상작조차 공개하지 않았으니 주최 측에 대한 결탁 의혹을 자초하고 누워서 침 뱉은 꼴이다.
남은 일은 분명하다. 먹칠된 포항의 명예를 되찾고 향토 문단을 아끼고 지키는 문인들의 짓밟힌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주최 측은 모든 진상을 밝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거액을 후원한 기관의 참뜻과 '흑구'라는 이름을 남긴 고인 작가를 기리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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