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유산도시 안동] <5> 봉정사, 세계유산적 가치의 전승

봉정사는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한국 고건축물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봉정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전승하고, 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봉정사는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한국 고건축물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봉정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전승하고, 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봉정사 대웅전, 봉정사 영산암,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인
봉정사 대웅전, 봉정사 영산암,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인 '천등우화 봉정예가'의 등 전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봉정사는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선승들의 수행 생활에 적합한 시대적 건축물들이 유동적 공간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는 건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도 "봉정사는 대웅전 마당과 극락전 마당으로 구분되는데, 사찰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불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야외전시장이라는 별칭답게 이곳에선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다양한 전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봉정사는 한국 고건축물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박물관으로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 등을 통해 봉정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전승하고, 이를 알릴 방법을 찾고 있다.

◆국내 최고 목조 건축물 극락전 보유

'봉정사'(鳳停寺)는 안동뿐 아니라 경상북도의 명소로,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가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봉정사는 13세기 초 건립된 극락전과 14세기 다포건물인 대웅전, 16세기 주심포 후기 건물인 화엄강당, 17세기 만세루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 고건축물들을 한곳에 모아둔 건축박물관이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방문이 있었던 곳이다. 고려시대에는 태조(太祖)와 공민왕(恭愍王) 등이 행차했고, 지난 1999년에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의 전통마을을 방문하면서 봉정사에 들러 우리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봉정사는 세계적 유명세를 얻었다.

봉정사의 암자로는 영산암, 지조암, 중암 등 3개가 있다. 봉정사는 672년(문무왕 12)에 창건했다고 하는데, 창건주에 대한 내용은 기록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양법당중수기'(兩法堂重修記)의 내용에는 봉정사의 창건주가 의상대사(義湘大師)라 전하고, 극락전의 상량문에는 능인대사가 창건주라고 적혀 있다.

창건 이후 절의 역사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현존하는 전각 등으로 볼 때,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높은 사격을 지니고 법등이 지속됐음이 분명하다. 고려시대의 유물로 전해지는 것으로는 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제1620호)과 극락전(국보 제15호)을 들 수 있다. 극락전의 경우 1972년 중수하는 과정에서 상량문이 발견됐다. 상량문에는 고려 후기인 1363년(공민왕 12) 3월 전각의 지붕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극락전은 적어도 그보다는 앞선 시기인 고려 중기의 건물로 판단되고 있다.

◆안동시, 2017년 문화재 활용사업 추진

안동시는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2017년 문화재 활용' 공모사업에 응모해 문화콘텐츠의 우수성,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 문화재 홍보 및 발전 가능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전 종목에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안동시의 2017년 문화재 활용사업은 '생생문화재 사업'과 조선시대 선현의 덕을 기리고 인재를 양성했던 향교와 서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인문정신을 계승해 이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 등 2개가 추진 중이다.

아울러 야간형 문화향유 프로그램인 '2017 문화재 야행(夜行)' 사업과 2018년 한국의 전통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종교 유산적 가치를 국민들과 향유하기 위한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이 추가됐다. 올해 첫선을 보인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은 한국의 전통산사에서 계승되고 있는 인문학적 정신유산을 대중화'세계화해 MICE 산업자원으로 활용하고, 전통산사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려 세계유산에 성공적으로 등재하기 위한 사업이다.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은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콘텐츠를 융'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문화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지역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시는 한국의 전통산사로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봉정사의 불교 유산적 가치와 건축학적 가치를 활용한 '천등우화(天燈雨花) 봉정예가(鳳停藝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천등우화 봉정예가, 봉정사 문화유산 예술로 승화

그동안 안동문화에서 중요한 테마는 유교적 자산이었다. 하지만 성리학적 가치는 불교 철학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화사적인 일반론이다. 또 안동문화의 가치 역시 화엄철학에서 성리학으로 이어지는 세계철학사의 조류를 압축해 놓은, 가장 대표적인 핵심지라는 점에서 봉정사의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는 크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5월에 이어 8월과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선보이는 '천등우화 봉정예가'는 봉정사의 문화유산적 의미와 문화공간으로서의 산사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봉황이 멈추니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네'라는 주제로 지난 5월 2일 저녁과 3일 한낮에 열린 '천등우화 봉정예가' 문화판은 우리 이웃에 있었지만,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봉정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5월 2일 저녁에는 봉정사의 연기설화 '의상이 날린 학이 봉정사에 와서 멈추었다'는 전설을 무용극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봉정사의 건축배치는 불교적 세계관을 가장 간명하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곳이다. 특히 만세루로 진입하는 계단을 수행의 과정으로 인식해 그 현장에서 무용판을 선보인 것.

이 밖에 만세루 앞에는 전통 등이 전시됐고,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헤이븐앙상블, 국악밴드 나릿, 소리꾼 장정님, 시노래패 징검다리, 아코디언, 퓨전국악단 아라리의 공연이 이틀 동안 고즈넉한 산사를 수놓는다.

봉정사를 찾은 관광객과 불자들은 차를 마시면서 공연을 관람하고, 목판체험, 연등체험 등을 통해 산사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손상락 안동시 세계유산담당은 "안동시의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은 2018년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봉정사의 살아 있는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판으로 만들 것"이라며 "유교 자산뿐만 아니라 불교 자산도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를 창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각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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