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이러려고 새 단장하고 문 열었나?'

호국보훈의 달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안동에서는 새로운 호국보훈 상징 시설이 문을 열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다. 6월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호국보훈 강조와 애국지사에 깊이 허리를 굽혀 절하는 몸짓에 뿌듯함을 가졌던 개관식 참석 호국보훈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참석해 새 단장한 기념관을 축하하며 호국보훈의 뜻을 새길 계획이던 경북도와 경북도의회의 두 수장이 나란히 빠져서다.

당초 약속을 어기고 대신 부단체장과 상임위원장이 찾았으니 먼 길 나들이한 90대 애국지사와 같은 손님을 맞은 기념관은 어찌 마음이 안쓰럽지 않았을까? 다 된 밥에 재 뿌리듯, 마침 개관을 코앞에 두고 터진 기념관 공사업체의 10억원대 횡령 사고 의혹까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에다 괜한 오해의 눈초리까지 신경이 쓰였던 터였으니 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무슨 소용 있으랴. 다만 두 수장의 평소 호국보훈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확인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위안 삼을 수밖에.

사실 이번 개관은 뜻있는 일이다. 대구경북은 호국보훈에 관해 할 말이 있는 곳이다. 특히 잃은 나라를 되찾아 다시 세우는 '독립유공'은 더할 나위 없다. 이는 국가 통계가 고스란히 뒷받침한다. 국가보훈처의 올 7월 현재 독립유공 서훈자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전체 독립유공 서훈자 1만4천651명 가운데 경북은 1천93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구는 152명으로 7대 도시 가운데 서울 374명 다음으로 많다.

유독 많은 대구'경북의 독립유공 서훈자 통계는 앞선 대구경북인의 가시밭길 희생과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는 역사의 생생한 증언에 다름 아니다. 아직 서훈이 이뤄지지 못한 숱한 희생자들까지 감안하면 대구경북의 옛사람이 망국(亡國)의 일제 34년여 세월 동안 어떤 의(義)로운 일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의로운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저지르는 온갖 잘잘못조차 어찌 꿈이나 꿨겠는가.

비록 재 뿌린 듯한 씁쓸한 개관식이었지만 뿌린 재를 딛고 제대로 활용하면 재는 되레 약이다. 예부터 농사에 땅심을 돋우고 산성화된 땅을 알칼리 땅으로 바꾸는 데는 재만 한 천연비료가 없었지 않았던가. 독립기념관 개관을 뒤늦게나마 축하하며 앞선 분들께 재 뿌린 사람을 대신해 깊은 사과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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