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플라스틱의 역습

1950년대 후반 '꿈의 신물질'로 불리며 한국에도 본격 보급된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이라는 비판에도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 값싸고 가공하기가 쉬워 우리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 화학물질이다. 금속이나 나무, 유리, 섬유를 대신하는 등 용도가 다양해 '현대사회의 총아'로도 불린다.

플라스틱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주물이나 조형의 뜻을 갖고 있다. 지금은 열이나 압력을 가해 일정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비금속 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신용카드(plastic money)나 성형수술(plastic surgery)을 지칭하기도 한다. 영어에서 '플라스틱 백'은 우리가 흔히 쓰는 비닐봉지를 말한다.

최근 우리에게 큰 근심거리로 등장한 용어가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폐비닐'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토양'해양 오염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펴낸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이크로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천27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그럼에도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이 제기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죽음의 알갱이'로 불리는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로 치약과 화장품, 세정제, 연마제 등에 들어간다. 150㎖ 제품에 약 280만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 있다. 특히 1㎜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바다로 유입돼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고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환경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세 플라스틱이 전 세계 80% 이상의 수돗물에도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수돗물의 94%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됐고, 가장 수치가 낮은 유럽도 72%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된다. 이 중 20%만 재생되거나 소각되고 나머지는 쓰레기로 우리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다. 현대인은 플라스틱 더미에 묻혀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화학제품을 기피하는 '케미포비아'가 공연한 소동이나 별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화학물질의 역습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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