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사는 김상하 씨는 지난해 지진 이후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생활은 불편하지만 더는 12층 아파트에서 도망치듯 뛰어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지진 이후 경주 시민들 사이에는 아파트 1~3층이 로열층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외부인의 눈에 경주 사람들은 유난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들이 느낀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 주민은 6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를 겪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고, 다친 사람도 많지 않지만, 마음속 공포는 비켜갈 수 없었다. 특히 공감받지 못한 이들의 경험과 불안은 상처를 더욱 키웠다.
긴급재난경보 문자는 지진이 발생한 지 8분 뒤에 발송됐다. 일본은 10초 내에 국민에게 전파된다. 지난해 규모 7.3의 구마모토 지진 때는 3.7초 만에 속보가 나갔다.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덕분이다. 약하지만 먼저 도달하는 P파를 미리 감지해 진동이 강한 S파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10초. 책상이나 식탁 아래 몸을 숨기고 진동에 대비하고, 위험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경주 시민도 미리 알았으면 덜 무서웠을 시간.
지진 1년 뒤 천년고도에 도사린 공포를 찾아가는 KBS1 TV '시사기획 창-경주 지진 1년, 천년고도의 공포'는 12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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