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양심은 얇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가진 독자라면, 잠시 신념을 흔들어 보자. 두껍고 '흥미진진'과도 180도 방향이지만, 상상력에 약이 되는 책이 있다.
원제목 'SPARK OF GENIUS'를 '생각의 탄생'으로 다소 거창하게 번역했으나, 내용을 고려하면 '창의성이 번뜩이는 순간'으로 의역할 수 있다. 부제목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에서 드러나듯, 창조성을 이끌고 상상력을 학습하는 생각도구가 책 알맹이다. '도구'라는 용어로 봐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은 독자들이 다루어야 할 연장이다.
저자는 무용, 체스, 물리학, 군사작전 등 세부 분야 30여 곳에서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근거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상상력으로 창조성을 탁월하게 발휘한 이유와 그 바탕에 있는 생각도구를 탐색한다. 도구 중 하나를 보자. 유전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바버라 매클린턱은 옥수수 염색체를 연구할 때 '옥수수 체계의 일부'로 존재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탐구하는 대상이 되어 상상하기, 감정이입이다.
매클린턱은 뛰어난 발견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과학적 방법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직관적으로 알아낸 어떤 것을 과학의 틀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흔히들 과학이라면 논리를 이루는 사고와 실험을 떠올리지만, 매클린턱은 먼저 직관으로 느끼고 이것을 해당 분야 기호 체계로 표현했다. '생각하는 사람'을 창작한 오퀴스트 로댕 역시 점토로 형을 뜨기 전에 대상을 여러 번 그리면서 눈으로 보는 것을 손이 어느 정도까지 느끼는가를 측정했다. 이처럼 거장들은 생각도구를 활용하기에 앞서 대상을 직관으로 받아들이거나 느끼는 과정을 거친다.
책의 또 다른 축은 '통합적 이해력'이다. 감각과 이성, 실제와 상상, 여러 생각도구를 통합해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상상력이 풍부한 만능인(generalist)'으로 본다. 지식과 학문이 파편화되고, 공부와 실제 생활이 동떨어질수록 이 능력은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무엇으로' 생각하는가로 관점을 전환할 때다. 상상하고 창조하기 위해 생각도구가 필요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폴 호건의 말에 필자도 공감! 상상하면 창조한다.
함께 읽기 좋은 책으로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임헌우)를 소개한다. '생각의 탄생'이 여러 분야를 폭넓게 조망한다면, '열정과 기질'은 창조성을 뛰어나게 발휘한 일곱 명(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그레이엄, 간디)을 삶의 궤적에 따라 조명한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는 제목처럼 상상력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안하는 데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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