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엄일녀 옮김, (주)문학동네(임프린트 루페), 2017
전 세계에 점포를 둔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을 통하여 각 국가의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빅맥지수'가 있듯이 한국에는 '버거지수'가 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인 버거킹, 맥도날드, KFC 매장을 합친 수를 롯데리아 매장 수로 나누어 높은 수치가 나오는 만큼 발전된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버거지수'처럼 동네의 발전된 문화를 보여주는 '서점지수' 혹은 '책방지수'를 만들면 어떨까.
한 캐나다 언론이 '소설의 힘에 관한 강력한 소설'이라 칭한 「섬에 있는 서점」은 아직 국내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브리얼 제빈의 여덟 번째 소설이다.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시나리오 작가이다. 어린 독자들을 위해 쓴 책이 미국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아동도서에 선정되기도 하고,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재능을 뽐내고 있다.
앨리스 섬의 유일무이한 순문학 공급처 '아일랜드 서점'. 17평 크기의 이 작은 서점은 주인공 에이제이의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21개월 전 인생의 동반자이자 서점 공동운영자인 아내를 잃은 후 서점은 뒷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마다 섬 안에 있는 단 하나의 서점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홀로된 외로움으로 외딴 섬처럼 살고 있는 그가 애지중지 아끼던 보물을 도난당하고, 또 새로운 보물을 얻게 되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인간은 홀로 된 섬으로 있는 게 최상은 아니다."(p.296)
「섬에 있는 서점」은 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서점을 배경으로 쓴 소설답게 책이 나오고 그것이 모두를 연결한다. 또한, 소설의 목차이자 에이제이가 마야에게 전하는 단편소설 목록은 독자인 내가 다시 한 번 찾아봄으로써 소설을 넘어 현실에서 개브리얼 제빈과 만나게 해준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섬과 육지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인 '책'은 그 기능을 다른 것들에 넘겨주고 있다. 지식을 저장하고 습득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도 이제 더 이상 첫 번째가 아니다. 서점주인 에이제이(교양서가 아닌 소설만 취급하긴 하지만)조차 책이 아닌 인터넷 '구글'로 정보를 얻을 정도로 점점 밀려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다시 에이제이를 통해 책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p.301)
'아일랜드 서점'처럼 오래도록 이어져오며 책의 발견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책방이 많아지고 이와 함께 출판사도 다양하고 유용한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독자들이 서로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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